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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www.expedia.co.kr

Date Published: 3/27/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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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조나 여행 | 가본적 있어? 그랜드캐년 노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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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에 대한 기사 평가 그랜드 캐년 노스 림

  • Author: BJ Travel USA
  • Views: 조회수 4,90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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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te Published: 2019. 6. 26.
  • Video Url link: https://www.youtube.com/watch?v=9x6wRvF8Ju4

그랜드캐년 노스림(North Rim)이냐 사우스림(South Rim)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그랜드캐년 국립공원은 Colorado River를 사이에 두고 North Rim과 South Rim 두 지역으로 나뉩니다.

두 Rim 간의 거리는 평균 10마일(16km) 정도이지만 바로 건너가는 길이 없어서 사우스림에서 차를 타고 노스림으로 가려면 220마일 (354km)을 돌아가야하고

North/South Kaibab 트레일을 따라 걸어갈 경우(Rim To Rim Hike) 21마일(34km)를 걸어야 합니다.

콜로라도 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같은 장소이지만 각각 접근하는 도로와 방향이 완전히 달라서

시간이 없는 관광객이라면 둘중 어디를 가야할지 선택해야합니다.

여행 계획을 세우는 분들로부터 종종 듣는 질문이, “그랜드캐년 North Rim, South Rim 둘 중에 어디를 보면 좋을까요?” 혹은

“사우스림은 갈건데, 노스림도 볼까요?” 입니다.

시간이 된다면 둘다 가보는 것이 좋지만 한번의 여행에서 그랜드캐년을 두번이나 가는 사치를 부리기에는 시간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그랜드캐년 국립공원에 간다고 하면 South Rim에 가는 것이라고 여길 만큼 그랜드캐년 = 사우스림이라는 생각이 일반적이라서

노스림은 반드시 그 앞에 “노스림”에 간다라고 말을 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하지만 어디서 들어보니 South Rim 보다 North Rim이 더 좋다는 말도 들리는 것 같아 North Rim이 궁금하기도해서

무엇이 다른지, 어디를 가면 더 좋을지 고민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두 곳의 특성을 비교해보고 어떤 선택을 하면 좋을지 함께 고민해보기로 하겠습니다.

※ 우선 두 지역의 차이점을 알기 전에 선택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경치”를 비교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래 20장의 사진은 노스림과 사우스림의 여러 전망대에서 촬영한 사진들을 임의로 섞어놓은 것입니다.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하이킹 도중 촬영한 것이나 너무 드라마틱한 풍경은 최대한 배제하도록 노력했습니다.

스무장의 사진을 보시고 몇번 경치가 취향에 맞는지, 마음에 와닿는지 최소한 다섯장 이상 골라보시기 바랍니다.

<1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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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번>

골라보셨나요?

※ 그렇다면 아래는 위의 사진을 North Rim, South Rim으로 각각 모아본 것입니다.

직접 가봐야 더 실감나게 느낄 수 있겠지만 일단 사진으로만 보았을때 어떤 차이점이 느껴지시나요?

두곳 다 가보신 분이라면 그곳의 느낌이 떠올라 객관적일 수 없겠지만 한곳만 가봤거나 특히 아직 한번도 방문을 안해본 경우에는 사진으로만 봐서는

큰 차이를 느끼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비슷해 보이지만 눈썰미가 있는 분이라면 사우스림의 경치들이 보통 우리가 봐오던 흔한 그랜드캐년의 사진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고 노스림은 조금 더 입체적인 느낌을 준다는 것 정도를 아실 수도 있겠네요.

직접 가서 위의 풍경들을 마주하면 두곳이 서로 닮았으나 분위기가 확연하게 다른 것을 느낄 수 있지만 평면적인 사진으로는 비슷해 보입니다.

위의 사진들을 섞은 제 의도는 “풍경”이나 “경치”만을 가지고는 그랜드캐년 노스림에 갈까, 사우스림으로 갈까 선택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렇다면 풍경은 선택의 요소가 아닌 것 같으니 두 곳의 차이점에 대해 알아볼까요?

1. 가장 큰 차이점은 접근성입니다.

South Rim은 일년내내 관광이 가능하지만 North Rim은 5월중순부터 11월까지만 차량으로 접근이 가능합니다.

노스림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포장도로인 AZ-67은 매년 5월 15일에 오픈을 해서 공식적으로는 12월 1일에 폐쇄가 됩니다.

12월 1일이 되기 전에 큰 눈이 내릴 경우 제설작업을 포기하고 일찍 도로를 막아버리기도 하구요.

도로가 막힌 후에는 스노우모빌이나 스키를 타거나 걸어들어가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노스림은 매년 5월 중순부터 11월 사이에만 차를 타고 방문이 가능한 곳입니다.

★ 2016년 크리스마스시기에 동절기에 닫히는 노스림의 도로 정보에 대해 몰랐던 일가족이 구글맵만 맹신하고 따라가다 비포장 도로에 갇혀 조난당한 사고도 있었습니다. 도대체? 왜? 막힌 도로를 우회해 비포장으로 갔는지 이해가 안가지만 겨울철 여행을 계획하는 분이라면 한번쯤 생각을 해봐야 할 일이라 링크겁니다. (관련링크)

사우스림 안의 대부분의 시설은 연중 오픈을 하지만 노스림의 경우 lodge와 Visitor Center 등의 여러 시설은 10월 중순부터 말 사이에 서서히 문을 닫고

11월에는 67번 도로가 열려있는 한 차를 타고 자유롭게 관광은 가능하지만 공원내 편의시설은 없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래서 노스림 관광은 여행 시기가 5월 중순부터 10월 사이일 때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후에는 가고싶어도 못가는 곳이니 고민할 것 없이 사우스림으로 가야합니다.

※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 중에 노스림 내의 시설들이 10월 중순에 문을 닫기 시작하는 것이 잘못 이해되어 10월 중순이 지나면 노스림 관광이 아예 불가능 한것처럼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편의시설만 문을 닫을 뿐, 공식적으로는 12월 1일 까지는 관광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AZ-67이 조기 폐쇄되지 않았는지 반드시 확인을 하고 가셔야 합니다.

South Rim도 고지대라서 겨울에 눈이 아주 많이 내린 후에는 일시적으로 통행이 되지 않을 경우도 있는데요,

눈이 많이 내릴 경우 서쪽 전망대로 가는 Hermit Road와 동문으로 나가는 Desert View Drive가 며칠 막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캐년빌리지와 Mather Point, Visitor Center가 있는 중심지역은 막히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다만 눈이 내리면 캐년은 안보이고 난간만 보고 돌아서야겠지요. ^^;;

2. 그래서 노스림은 방문객이 적습니다.

일년중 절반만 관광이 가능하고 라스베가스에서 출발하는 상업투어들이 대부분 사우스림에 집중되어있어 노스림의 관광객이 훨씬 적습니다.

그랜드캐년의 1년 관광객 5백만명 중 10퍼센트만 North Rim을 방문하고 있어서

방문객이 많지 않아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개발이 덜 되어 더 고독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South Rim에 가면 세계적인 관광지에 내가 와있구나..라는 느낌이 들고 North Rim에 가면 대자연의 한가운데 내가 서있구나… 라는 느낌이 듭니다.

사우스림에는 어딜 가든 주변에 관광객이 있지만 노스림에서는 아무도 없는, 바람소리만 나는 협곡 가장자리에 서서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자연에 빠져들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습니다.

3. 노스림이 더 높습니다.

South Rim의 평균고도는 해발 7000ft (2134m), North Rim의 평균고도는 해발 8000ft (2438m)로 노스림이 사우스림보다 평균1000피트(305미터) 더 높아

사우스림 전망대에서 보는 것 보다 노스림의 전망대가 더 높고 웅장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사진으로는 구분하기 어렵지만 두곳 모두 가본 사람들이 노스림이 더 멋지다고 말하는 큰 이유중의 하나가 이것입니다.

여름철 South Rim 낮 최고기온이 화씨 80도 전후인데(섭씨 27-32도) 노스림은 화씨70도 전후(섭씨 22-26도)전후이고

노스림의 경우 한여름이라도 밤에는 섭씨 0도 근처까지 떨어질 때도 있습니다.

또한 7월부터 9월초까지 흔한 천둥번개를 동반한 스톰이 지나가고나면 노스림에서는 대낮이라해도 일시적으로 쌀쌀한 기운을 느낄 수 있습니다

4. 라스베가스에서 출발할 경우 거리는 비슷합니다.

라스베가스의 같은 지점에서 각각 출발할 경우 North Rim Visitor Center와 South Rim Visitor Center까지의 거리를 재어보면 거의 비슷합니다.

하지만 North Rim으로 가는 길이 상대적으로 속도를 내기가 어려운 구간들이 있어 소요시간이 조금 더 걸립니다.

가는길을 비교해보자면 개인적으로는 노스림으로 가는 길이 더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 왼쪽 : North Rim으로 가는 AZ-67, 오른쪽 : South Rim으로 가는 AZ-64

* 라스베가스에서 사우스림으로 갈때 : Hoover Dam을 지날 수 있고 도중에 Seligman을 지나는 등 Route 66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대부분 애리조나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황량한 느낌이 들고 사우스림에 거의 도착할무렵 Kaibab National Forest에 들어가면 키큰 소나무들을 볼 수 있습니다만

노스림 진입할때 볼 수 있는 나무들에 비하면 키도 작고 울창하지 않은편입니다.

* 라스베가스에서 노스림으로 갈때 : 초반에는 황량한 사막의 모습이나 애리조나, 유타에 접어들며 다양한 경치를 볼 수 있고

Kaibab National Forest에 접어들면서는 이곳이 애리조나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는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이전까지 보아오던 사막의 경치와는 또다른 침엽수로 둘러싸인 숲을 보며 달리다가 AZ-67에 접어들어서는 산불에 타버린 숲이 다시 재생되고 있는 모습,

aspen 나무들과 중간에 나오는 넓은 초원에는 운이 좋으면 야생동물들을 볼 수 있는, 기대하지 않고 가면 더욱 감동받을 수 있는 멋진 풍경을 즐길 수 있습니다.

5. 편의시설과 관광 포인트는 South Rim이 더 많습니다.

North Rim에는 Visitor Center와 Lodge를 중심으로 간단한 편의시설이 몇개 모여있지만 South Rim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답게 많은 편의시설이 있습니다.

사우스림의 Canyon Village에는 여섯개의 hotel과 lodge들이 있으며 다양한 여러개의 식당과 가게 등 편의시설이 많습니다.

노스림에서 가까운 도시는 2-3시간 떨어진 Kanab과 Page라서 노스림에서 숙박하지 않을 경우 장시간 운전해서 이동해야하지만

사우스림은 남쪽 출입문 바로 바깥에 Tusayan이라는 마을이 있어 그곳의 숙박업소와 식당을 이용할 수도 있고

1시간 – 1시간 30분 가량 떨어진 Williams나 Flagstaff에서 숙박할 수도 있습니다.

6. 전망대는 South Rim이 많습니다.

트레일을 하면 닿을 수 있는 곳을 제외한 차에서 그리 멀지 않은 전망대만 세어보면 노스림은 여섯개 정도이지만

사우스림은 셔틀버스 접근 가능 지역까지 포함하면 그 두배가 넘습니다.

처음에 말씀드렸듯 경치만을 고려했을때는 무엇이 더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사진에서 많이 보던 classic view는 South Rim에서 촬영된 것이 많습니다.

전망대뿐만 아니라 Kolb Sutdio, Lookout Studio, Hermits Rest, Watchtower 등의 Historic Building등의 볼거리들이 사우스림에 많습니다.

7. 관광방법과 관광시간의 차이

규모는 사우스림 지역이 더 크고 개발이 많이 되어있으며 볼거리가 많습니다.

South Rim은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3월부터 11월 사이에는 Bright Angel Trailhead부터 서쪽지역은 일반 차량이 못들어가고 셔틀버스만을 이용해 접근하도록 되어있고

나머지 빌리지 근처의 장소들 역시 복잡함을 줄이고 환경을 위해 수시로 운행하는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해서 관광객들이 차를 세워놓고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하기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보너스로 출입문에서 멀지 않은 Tusayan 마을에서 Imax를 볼 수도 있고 공항으로 가면 항공투어를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North Rim은 모든 포인트를 차로 이동해야하고 편의시설은 비지터센터 부근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 하이킹은 제외하고 차로 돌아보면서 짧게 걷는 관광을 기준으로 보면 :

* 노스림은 Visitor Center와 North Rim Lodge 부근의 전망대들을 보고 + 다시 차를 타고 북쪽으로 돌아나가 동남쪽으로 약 20마일을 드라이브하면서

마지막 포인트인 Cape Royal까지 들어갔다가 다시 돌아나오는 관광 두가지를 하면 됩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부지런히 다닐 경우 반나절 정도면 대표적인 포인트들은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노스림에 들어오고 나가는 AZ-67도로만 편도 한시간을 꼬박 달려야하기 때문에 노스림을 제대로 보려면 하루를 투자하는 것이 좋습니다.

* 사우스림은 Visitor Center 부근의 전망대, 셔틀버스를 타고 들어가 보는 Hermit Road지역의 전망대,

비지터센터에서 동쪽 출입문으로 나가는 AZ-64를 따라가며 보는 전망대 관광, 이렇게 세 구역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rim을 따라 계속 걸을 수 있도록 트레일이 만들어져있어 셔틀버스와 트레일을 적절히 활용하며 모든 전망대를 다 돌아보려면 하루가 바쁩니다.

서쪽지역 셔틀버스를 타고 들어가 다시 나오는데만 최소한 두시간, 비지터센터 부근 전망대와 전시물 관람에 두시간,

캐년빌리지 안의 가게와 식당이용, 역사적인 건물들을 돌아보는데 추가 시간이 필요하니 이 지역만 제대로 보려면 반나절로는 부족합니다.

동쪽으로 나가면서 마지막 포인트인 Desert View까지 곧장 달리면 30-40분이면 되나 전망대를 다 보고 지나가려면 그만큼 시간이 더 걸리므로

South Rim은 “보고” 지나가는데만 하루가 꼬박 필요합니다.

하지만 많은 관광객들은 일정이 바쁘고 비슷한 캐년의 풍경을 하루종일 보는 것이 지루하다 여기므로 이 모든 곳들을 꼼꼼히 다 보는 일은 드물고

일정에 맞춰 필요한 부분만 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지요.

※ 지금까지 South Rim과 North Rim의 차이점을 몇가지 꼽아보았습니다.

그랜드캐년에 처음으로 방문할 예정인 분들은 여기까지 읽고 어디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느낌이 오시나요?

직접 가보지 않고 사진과 정보만으로 고르는 것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나중에 가지 않은 곳에 대한 궁금증과 미련이 남을 수 밖에 없습니다.

둘중 한 곳만 갈 수 밖에 없다면 “어디가 더 멋진가요?”라는 눈에 보이는 경치를 기준으로 선택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그보다는 위에 말씀드린 여러가지를 고려한 여행루트나 주변시설, 숙박예약, 방문 시기가 본인의 여행과 맞는 곳을 고르는 것이 좋을것입니다.

이 글을 준비하면서 다른분들은 어떤 느낌을 받는지 알기 위해 노스림, 사우스림 다녀온 분들의 블로그에 수없이 들어가보았습니다.

여러분들의 소감을 읽을수록 더 결론을 내리기가 힘들더군요.

“결론”을 내릴 수 없는 문제이긴 하지만 그래도 어느 한곳으로 무게가 기울어지기를 내심 바라면서 검색을 하고 다녔는데

저마다 소감이 너무 달라 어디에 손을 들어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제 개인적인 취향을 물으신다면 저는 North Rim이 더 좋습니다.

South Rim이 전망대도 훨씬 많고 역사, 지질학적 설명을 접할 수 있는 곳이 많으며 레인저 프로그램도 훨씬 다양하지만

저는 북적이는 곳은 피하는 사람이라서 고독하고 조용한 노스림이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결국 캐년이 문제가 아니라 제 성향때문에 노스림이 더 좋은 듯 싶네요.

다음에 여름에 그랜드캐년을 갈 기회가 있다면 사우스림 보다는 노스림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긴 하이킹도 하고 명상(?)도 하고싶습니다.

사우스림은 겨울에 관광객이 없는 시즌에 날씨 좋은날 갈 기회가 있다면 가보고 싶구요.

그때는 아마도 뼛속까지 시린 칼바람을 맞으며 휑한 그랜드캐년을 즐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

North를 가든, South를 가든 오랜시간의 흔적을 보여주는 그랜드캐년은 여러분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입니다.

너무 욕심부릴 것도 없고 아쉬울 것도 없이, 여행동선을 보고 무리가 가지 않는 곳을 선택하시면 됩니다.

※ Grand Canyon Skywalk – Grand Canyon West (☞홈페이지)

<사진 출처 : 위의 홈페이지 링크>

이곳은 그랜드캐년 국립공원이 아닌데 그랜드캐년이라는 명칭을 쓰고 있어서 간혹 전혀 모르던 분들이 국립공원인줄 알고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2007년 3월에 오픈된 이곳은 그랜드캐년 국립공원안에 있지 않고 Hualapai 부족이 소유하고 있는 사유지입니다.

라스베가스에서 남동쪽으로 120마일, 2시간 30분 – 3시간 정도 거리에 떨어져있고 14마일 일부구간은 아직 비포장 운전을 해야하며 (포장완료)

입구에 도착해서부터는 차를 주차해놓고 입장권이나 관광 패키지를 구매한 후 버스를 타고 다시 들어가야합니다.

투어 없이 기본 전망대만 보는 패키지가 일인당 44달러부터이고 Skywalk이 포함된 패키지는 일인당 88달러 정도입니다.

많은이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유리로 된 바닥을 걷는 Skywalk은 분명 흥분되는 새로운 어트랙션입니다만,

개인 사진촬영도 금지되어있고 투어 패키지 요금도 너무 비싸 비용대비 만족도가 많이 떨어져 방문객의 후기가 그리 좋지 않은곳입니다.

라스베가스에서 그랜드캐년을 차로 다녀오고싶은데 왕복 10시간의 운전이 부담스럽고 Skywalk을 걸어보고싶다면 경비를 많이 들여서 가볼 수 있습니다만,

South Rim, North Rim, Skywalk 셋중 어디를 가야할지 고민될때는 그랜드캐년 국립공원 안에 있는 사우스림이나 노스림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부족한 분들 중 라스베가스 출발 항공투어는 싫고 그랜드캐년은 꼭 보고싶을 경우 다녀올 수는 있겠지요?

각자의 취향과 사정에 맞게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 그랜드캐년 국립공원에서는 환경보호를 위해 공원내에서 개별로 포장된 물을 판매하고 있지 않습니다.

미리 준비해간 물이 없을 경우 빈 물병을 이용해 공원 곳곳에 마련된 Filling Station에서 물을 채우거나

물병이 없을 경우 기념품 빈물병을 판매하고 있으니 구입 후 마음껏 채워가며 물을 마시면 됩니다. (☞관련링크)

그랜드캐년 노스림

자이언 국립공원을 빠져나와 낙타산 분기점(Carmel Mountain Junction)에서 곧장 남동쪽으로 꺾어 50마일을 내려가니 자콥래이크(Jacob Lake), 이제 곧장 80마일만 더 내려가면 저녁에 묵을 호텔이 있는 페이지(Page), 산길로 돌아 40마일쯤 올라가면 그랜드캐년 노스림(Grand Canyon North Rim)이다.

그랜드캐년 노스림

노스림으로 올라가는 길은 5월 중순부터 10월 중순까지만 통행이 가능한데, 카이밥 고원(Kaibab Plateau)으로 들어서고부터는 5월 하순인데도 검은 아스팔트 위에 싸락눈이 톡톡 튀고 기온이 금세 섭씨 2도로 내려간다. 5월 하순에도 이 정도니 통행제한의 이유야 더 물을 게 없다.

5월 하순에 노스 림을 향해 아스팔트 위를 달리는데 갑자기 겨울이 왔다

어느샌가 싸락눈이 멈추고 가벼운 눈송이가 떨어져서 천천히 달리는데 갑자기 도로변에서 우리를 바라보는 눈들이 있다. 살그머니 브레이크를 밟고 느릿느릿 후진하여 차에서 내려가 보니, 반가워도 꼬리 칠 줄 모르는 순한 노루 가족이 낯선 사람을 보고 도망도 가지 않고 모두 제자리에 서서 물끄러미 바라만 본다.

뜻밖에 만난 이 동물들이 언뜻 착한 사람을 만난 것처럼 인정이 느껴지는 것은 웬일일까? 신기롭기도 하지만 말없이 반겨 주는 산주인들에게 불청객이 폐를 끼칠 것 같아 더 이상 접근하지 않고 서서 쳐다보다가 모두 자리를 뜬 후에야 조심조심 좌우를 살피며 다시 천천히 차를 몰았다.

길가에 서서 반겨 주는 노루 가족

카이밥 고원의 노루는 20세기 초에 내려진 동물 보호조치로 노루를 잡아먹는 늑대와 같은 포식동물들을 소탕하고 노루의 수렵이 금지되어, 노루의 수가 1905년에 4천 마리였던 것이 1924년에는 10만 마리로 증가해서 뜯어먹을 풀이 모자라 많이 굶어 죽었단다.

카이밥 고원의 야생동물 보호구역 안내판

인위적으로 귀여운 동물들을 보호하려고 험상궂은 사자나 늑대를 헤치면 생태계의 평형이 깨져서 착한 동물들도 못 사는 지옥이 된다. 인간이 동물 귀엽다고 너무 편애하면 안 된다는 교훈이다. 하지만 나부터도 그게 안 된다. 숲에서 노루가 아니라 사자가 노려보고 있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 그랜드캐년 노스림 공원 입장

카이밥 고원의 곧게 뻗은 길을 따라 달려가는 동안에 눈도 멎고 다시 하늘이 밝아져 마른풀들이 노랗게 덮인 평원이 눈에 들어온다. 이제 길 끝까지 가기만 하면 그랜드캐년 국립공원의 북문인데, 문 양쪽에 나란히 서 있는 키 큰 소나무들도 길가의 노루 가족처럼 우리를 반기며 빨리 오라 한다.

그랜드캐년 노스림 – 길 끝에 국립공원의 북문이 있다

아침에 자이언을 떠나서부터 중간에 쉬지도 않고 왔지만, 길에서 이미 많은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그랜드캐년 노스림에 도착하자마자 공원안내소에서 권고하는 산책로를 따라 전망대로 걸어갔다.

그랜드캐년 노스림의 공원안내소 아래의 산책로를 따라 곳곳에 전망대가 있다

안내판에는 해발 2400미터인 이곳이 캐년 반대편에 있는 사우스림(해발 2000미터) 보다 높고 접근이 어려워서 방문객이 10분에 1밖에 안 되지만 경치가 훨씬 더 빼어나단다.

그랜드캐년의 모형 – 북쪽에서 남쪽으로 본 모양

전망대 주변 공기가 습하고 두꺼운 구름층이 하늘을 가려 계곡 안이 어두워, 가만히 서서 사방을 둘러보며 해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5분 10분… 얼마나 더 기다렸을까?

이윽고 어두운 하늘에서 서서히… 빛이 쏟아진다.

어두운 하늘에서 천천히 빛이 내려온다

아직 하늘이 확 트이지는 않았지만,

… 엇갈린 구름 사이로 광선이 새어 나와,

… … 도도한 그랜드캐년의 속 살을 파헤치니,

천 길 낭떠러지 아래 깊게 파인 골짜기의 윤곽이 드러나 마치 거대한 천막이 줄지어 선 듯하다.

천 길 낭떠러지 저 너머에서 도도한 그랜드캐년이 속 살을 내보이고 있다

일찌기 높은 곳에 올라가,

… 만산이 겹쳐 물결치는 풍경을 본 적은 있으나,

… … 태산 같은 첨봉들이 큰 뱀이 기어 다니는 골짜기에 발을 담고,

이렇게 우람하게 열 지어 늘어선 것은 처음이다. Nunc dimittis! 이제야 볼 것을 보았다.

밝아 오는 캐년의 풍경

그랜드캐년을 보고 나니 벌써 여행을 다 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기 때문에 공원 로지(Lodge)에 가서 따뜻한 차 한 잔에 목을 녹인 뒤에 카이밥 고원길로 다시 차를 몰았다.

Nunc dimittis: 시므온(Simeon)의 노래(누가복음 2:29-32), 메시아를 기다리던 시므온이 아기 예수를 보고, 메시아를 보았으니 이제 저 세상으로 떠나게 해 달라는 기도(라틴어). 이제 떠나게 하소서!

– 고원 정경

이제 해가 기울고 있으니 동물들도 물가를 찾아 나오는 시간이라, 마른 풀이 흩어진 카이밥 고원 여기저기에 잔바람이 물수제비를 뜨는 웅덩이로 물 마시러 나온 노루들이 숲가에 모여서 한가히 풀을 뜯는다.

카이밥 고원의 고요한 평원

멀리서 바라보니 목가적인 풍경이 마치 상상인양 망막에서 그림이 되고 한 장씩 벗겨져 추억상자로 들어간다. 훗날에 이곳을 지나던 일을 떠올릴 때면 상자가 열리고 다시 한 장면씩 그림이 나오겠지?.

저녁에 물 마시러 나온 짐승들이 모여서 풀을 뜯는다

페이지를 향하여

카이밥 고원을 지나 소나무가 조밀하게 박혀 있는 산림지대를 빠져나와 긴 비탈길을 따라 하산하며 멀리 평원을 바라보니, 끝이 보이지 않는 붉은 절벽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이제 페이지까지 가려면 절벽이 끝나는 곳에서 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거기까지는 적어도 30마일은 되는 것 같다.

평원에 병풍처럼 길게 펼쳐진 붉은 버밀리언 절벽

언덕 아래로 내려가 버밀리언 절벽(Vermilion Cliffs)을 따라 가는데, 절벽이 끝난 곳에서 또 절벽이 나오고 뒤에 숨은 구름이 적막감을 몰아 온다. 절벽도 풀이 죽어 창백하니 한적한 길 위에서 어쩌다 차량이 앞질러 가면 훌쩍 달아나는 게 너무 야속하다.

절벽 뒤에 또 절벽, 곧게 뻗은 길을 달리니 왜 이리 적막한고?

다행히 해가 다 지기 전에 협곡 사이에 걸쳐진 철교에 도착해서 차를 세우고, 다리 가운데까지 걸어가서 달려온 길과 주변 경치도 보고 좀 무섭지만, 다리의 난간을 꼭 잡고 아래로 고개를 숙이니 멀리에서는 있는 것조차도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푸른 콜로라도강이 캐년 아래에 숨어서 고요히 흘러간다.

다리 아래 흐르는 콜로라도강

머리 위에는 두꺼운 구름이 하늘을 덮고, 해도 졌으니 이제 밤이 오기 전에 페이지로 달려가야 한다. 왜냐하면?

페이지로 들어가는 길 – 콜로라도강의 철교와 버밀리언 절벽

저녁밥 먹은 얘기를 아직 안 썼으니까…

페이지의 분위기 있는 식당에서 라이브 뮤직을 들으며 밥을 먹었어요!

– 미국 서부 국립공원 여행기/바로가기 –

미국 서부 국립공원 여행

1. 라스베가스 서곡

2. 데쓰밸리 국립공원(+라스베가스 다운타운)

3. 자이언 국립공원

4. 그랜드캐년 노스림(+페이지를 향하여)

5. 앤틸로프캐년(+파월호, 구절양장 콜로라도)

6. 그랜드캐년 사우스림(+우팥키공원과 화산, 메테오르 크래이터, 윈슬로)

7. 페트리파이드포리스트 국립공원

8. 셰이캐년

9. 모뉴먼트밸리(+신들의 계곡)

10. 아치스 국립공원(+캐년랜즈 국립공원)

11. 엘로우스톤 국립공원을 향하여(+그랜드테튼 국립공원)

12. 옐로우스톤 국립공원

13. 쏠트레이크씨티(+그레이트쏠트레이크, 빙감캐년마인)

14. 브라이스캐년(+코다크롬배이슨, 라스베가스를 향하여)

15. 라스베가스 환상곡

그랜드캐년(Grand Canyon) – 노스림(North Rim)

그랜드 캐년은 방문지가 크게 노스림, 사우스림, 웨스트림 으로 나눠지는데, 사우스림이 가장 일반적인 방문장소다.

사우스림에 비해 노스림은 가기가 힘든 곳이다. (웨스트림은 어딜가나 평이 너무 안 좋으므로 아예 방문 고려대상에서 뺐다.) 사우스림에 비해 도로사정과 동선이 좋지않고, 여름 한철에만 오픈되는 곳으로서, 그랜드캐년 방문객중 약 10%만 방문하고 간다는, 쉽게 보기 어려운 곳이라고 한다.

사우스림에 비해 노스림의 장점이라면, 일단, 사우스림보다 지대가 높아서 더 멀리 내려다 볼 수가 있다. 최고 60마일까지도 떨어진 산이 보인다. 서울에서 충청도에 있는 산들이 보인다는 뜻이다. 또한 사우스림보다 훨씬 나무와 숲이 우거져서, 사우스림과는 다른 좀더 푸른 캐년을 볼수 있다. 그랜드 캐년은 평지에 땅이 꺼져서 만들어진게 아니라 그 반대다. 그래서 높은곳은 2500미터가량 높이에 있다.

사우스림에서 노스림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페이지(page)쪽으로 가는 길이 오픈되었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확인은 미국국립공원 (www.nps.gov)의 그랜드캐년 웹페이지에서 확인가능하다. 보통 5월 중순에 길이 열리고, 봄,가을,겨울에 가기위해서는 거의 500마일(800km)를 돌아가야 한다. (물론 겨울에는 노스림은 아예 오픈조차 하지 않으므로 못간다. )

지도에서 보듯이, 노스림에는 크게 6군데 포인트가 있고, 북쪽에 공원입구가 있다.

전반적으로 각 포인트 이동시 거리가 꽤 멀어서 이동시간이 오래 걸린다.

가장 유명한 포인트는 지도 가운데 있는 브라이트 엔젤 포인트 (Bright Angel Point). 할당된 시간이 얼마 없다면 여기 하나만 딱 보고 나가도, 그랜드캐년 노스림은 일단은 건진 거다. 왕복 트레일 구간 0.5마일 정도도 왕복시간만 약 20분 정도 걸릴 것이다.

케이프로얄(Cape Royal)은 그다음 멋진 풍경을 선사하는 곳이다.

Cape Royal 도착 직전에 보이는 Angels Window.사진상으로 너무 작아서 잘 안보이는데,(자세히 보면 꼬물꼬물 두세명 보인다.) 윈도우 위로 사람들이 다닐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나머지 포인트들은 정 시간이 없다면 그냥 다 스킵해도 괜찮다. 나머지 포인트들은 다른데랑 별반 차이 안난다. 물론 시간이 많다면 하나씩 다 보자.

방문시간:

앞서 말했듯이 정 시간이 없다면, Bright Angel Point하나만 보고 나가도 된다. 그래도 차량 이동시간이 꽤 걸리므로, 공원 입구 들어선 후 최소 1시간이상은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4시간 정도면, 거의 모든 포인트들을 대충 다 볼 수 있고, 6시간 정도면, 맘 편하게 모든 곳들을 다 볼 수 있을것이다. (물론 트레일 한다는 가정은 제외)

공원 입구를 지나더라도, 위와 같은 초원길을 한참을 달려야 포인트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숙소:

공원내 숙소는 Bright Angel point 한군데 밖에 없다. 이것도 몇개월 전에 예약하지 않는다면 못구한다고 봐야 한다. 공원밖 숙소는 북쪽의 Kanab이나 동쪽의 Page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듯. 숙소까지 이동시간만 2시간 정도는 필요하다.

사실 참 답답한게, 사진으로는 그랜드캐년의 웅장함과, 입체감, 거대함을 표현할 수가 없다. 말로 상상하게 한다면, 설악산 높이의 산이 그냥 절벽으로 되어 있다고 생각해보라. 대청봉 정상에서 1500미터가 넘는 절벽을 내려다보는거랑 똑같다. 엠파이어 빌딩같은게 연속으로 세개 정도 있더라도 그랜드 캐년의 높이를 따라올 수 없다고 한다. 계속 멍하게 보다보면, 현실이 아니라 그냥 3D 아이맥스 영화관에 왔는지 착각하게 된다.

저분들은 저렇게 컨버터블 카를 단체로 가져와서 내가 가는 곳마다 계속 따라다니고 있었다. 무슨 클럽에서 여행온거 같은데, 돈마돈지 클럽이라고 이름을 지어 주었다.(돈많은 놈들이 돈지랄 하는 클럽)… 사실 저 차들(혼다 S2000) 컨버터블 치고는 그렇게 비싼차는 아니다…

시간대별 선셋 5종셋트. 거대한 그림자가 점점 캐년을 덮쳐왔다. 사실 생각보다 선셋은 이쁘지는 않았다. 숲이 많아서 그런지..아무래도 선셋은 붉은땅으로 뒤덮힌 그랜드캐년 사우스림이나, 세도나, 모뉴먼트 밸리 등이 보기에 훨씬 나을 것 같다.

Bright Angel Point 전망대에는 저렇게 위에서 앉아서 바라볼 수 있는 바위덩어리가 있다. 사진에서 망원렌즈로 보고 있는 커플 자리, 원래 내가 선셋볼려고 한참 뛰어갔더니, 30초 차이로 저 커플이 차지해버렸다.

선셋 시간은 좀 헤깔릴 수도 있다. 공원위치는 아리조나 주에 있지만, 입구는 유타주를 통해서 들어가야 하는데, 유타랑 아리조나는 섬머타임여부에 따라 시간이 달라지기도 한다. 본인은 7시 40분정도 일몰이라고 알고 갔는데, 유타, 아리조나 시간대 차이때문에, 결국 해는 8시 반이 넘어서야 sundown되었다.

그랜드 캐년가서 꼭 해보고 싶었던 것 중 하나. 바로 절벽에 발 내려놓고 앉아있기. 진짜 아래는 1500미터가 넘는 낭떠러지다.

사진상으로는 잘 표현이 안되는데, 지금 이 사진은 거의 100미터 이상 거의 직각으로 떨어지는 절벽이다. 떨어지면 지형구조상 시신찾으로 갈 수도 없을거고 그대로 까마귀들 식사로 사용될 거다. 몇군데 중요 포인트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펜스없이 그냥 다 낭떠러지다.

노스림을 방문하면, 괜히 남들 가보지 않은 곳을 갔다는 심리도 만족감도 가질 수 있다.

그렇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노스림과 사우스림 둘다 방문할 시간이 충분한게 아니라면, 궂이 없는 없는 시간만들어서까지 사우스림 노스림 둘다 볼 필요는 없는듯 하다. 좀 다르기는 하지만, 사우스림에 비해 광경이 크게 뛰어난거 같지는 않고, 그냥 비슷한 수준. 그에 반해, 사우스림에 비해 공원내 움직이는 동선, 편의시설 등이 좋지 못하다. 노스림에서 할 수 있는건 사우스림에서도 다 할수 있으니, 하루정도의 여유시간을 만들 수 없다면, 사우스림만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는 있을 것이다. (노스림과 사우스림간의 직선거리는 약 15마일 정도로 가까우나, 실제로 도로상 거리는 200마일이 넘는 엄청난 거리로서, 방문하려면 하루정도의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안타깝다. 직선거리가 가까워도 1500미터나 되는 낭떠러지가 버티고 있으니..)

돌아나오는 구간은 살짝 위험할 수도 있다. Kanab 숙소까지 가는 길 사이에 사슴들이 많이 나왔다. 다른때 이동시에는 거의 안 나왔는데 유독 이 구간만 자주 나온다. (2시간동안 3커플이나 봤음. 그래도 개념있는 사슴들은 차길 건너기 전 좌우를 살피고 건너는 것도 봤다…)

To be continued…

그랜드캐년 노스림에서 앤틸롭 캐년 홀스슈 벤드까지 — Jin Won Kim PhotoTravel Story

By Lobineau at Italian Wikipedia, CC BY 2.5,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10483220

21. 그랜드 캐년 노스림(North Rim)으로 가는 길 2

67번 도로

North Rim으로 가는 이 아름다운 도로를 어떻게 묘사해야 그 감동과 감성을 조금이나마 어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차라리 시인이 적절한 비유로 세세히 묘사해 준다면 좋을 텐데···.

Jacob Lake를 나서 67번 도로로 들어서자마자 치명적인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9월 하순의 이곳은 이미 깊은 가을이 찾아와 있다. 그리고 검게 불타 버린 나무들 사이로 새롭게 자라나고 있는 아스펜(Aspen) 나무는 아직은 키가 작지만 가을을 상징하듯 이미 샛노랗게 물들어 더욱 환상적인 가을의 정취를 더해 주고 있다.

그야말로 묘한 자연의 이치를 보여 주는 듯한 아스펜 군락이다. 아스펜 나무는 산불이 난 뒤에야 더욱 번성해질 수 있다고 한다. 산불이 나면 땅 위에 서 있는 모든 나무는 불에 타 죽게된다. 그러나 아스펜만은 땅 아래 넓게 퍼져 있는 뿌리들로 인해, 땅 윗부분의 나무는 죽지만 그 아래는 살아남아 불이 휩쓸고 지나간 비옥한 토양 위에 다시 자라난다. 결국 다른 경쟁자들은 불에 타 없어지지만 아스펜은 살아남아 그 서식지를 더욱 넓혀 갈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자연적인 산불은 아스펜에게 더욱 번성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는 했다. 그러나 미국에서 아스펜의 서식지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산불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미 서부의 삼림 지역이 엄청난 산불로 인해 수십 일 동안 타고 있는 모습을 티비를 통해 종종 보고는 한다. 그 규모야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런 산불은 건조한 계절에 쉽게 일어나는 자연적인 현상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인간은 산불이 일어나는 것은 감시하고, 방지하고, 퍼지지 않도록 처절히 저항할 수밖에 없다. 그런 인위적인 인간의 행위가 아스펜의 확장을 방해하게 된 것이다. 아스펜만이 숲의 주인은 아니지만, 아스펜만큼 아름다운 가을의 단풍도 드물기에 이 나무들이 번성했으면 하는 마음이 앞선다. 그렇다고 해서 산불이 번지기를 바랄 수는 없으니···.

아무튼 저 아이러니한 풍경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풍성하게 자란 성숙한 아스펜 군락의 마치 물감을 뿌린 듯한 노란색 단풍도 화려하고 인상적이지만, 검게 그을려 타 버린 죽은 나무들 사이사이로 다시 태어난 어린 아스펜 나무들의 여린 모습도 아련한 풍경을 만들어 주고 있다. 글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발가벗겨진 산등성이가 노랗게 물든 풍경은 푸른 하늘과 더불어 빼곡하지 않은 여백의 미를 구성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처럼 허름한 표현과 사진 몇 장보다는 가을의 North Rim을 직접 달려 보는 것이 백 번 나을 것이다.

콜로라도의 화려한 아스펜 군락에서 얻은 그 인상도 지울 수가 없지만, 이곳의 아스펜은 분명 그 독특한 번식의 한 단면을 보여 주는 만큼 더욱 잊을 수 없을 듯하다.

이처럼 2006년의 산불로 새롭게 서식지를 재정비하는 아스펜 군락을 지나 남쪽으로 달리다 보면 울창한 침엽수림과 때때로 펼쳐지는 초원 지대를 만날 수 있다. 활엽수의 단풍과는 다른, 침엽수만의 시원하고 상쾌한 멋이 묻어나는 풍경이다. 그 무대 위를 호쾌하게 뻗어 나가는 도로를 달리는 이 순간이 무척 소중하고 감격스러울 뿐이다.

한적한 이 길을 달리는 동안 건물 한 채도 볼 수가 없었는데, 저 멀리서 산장 같은 여러 채의 집이 보이기 시작한다. 침엽수림과 군데군데 아스펜이 어우러진 숲을 배경으로 고즈넉하게 자리 잡은 건물의 진입로로 살짝 들어가 본다.

Kaibab Lodge였다. 한 채, 한 채 독립된 오두막 스타일의 이 숙박 시설은 다소 낡아 보이기는 했지만, 이런 가을에 머물게 된다면 더없이 좋을 듯하다. North Rim에는 숙박 시설이 충분하지 않아서 그런지 이미 빈방이 없다는 간판을 내걸고 있다.

도로 맞은편에는 기념품과 간단한 식료품을 파는 가게가 여행자의 들뜬 마음을 반기고 있다. 가게 옆에는 다소 허름해 보이는 주유기가, 이쯤 되면 기름을 보충할 때가 되지 않았냐는 듯 여행자를 바라보고 있다. Jacob Lake에서 North Rim의 방문객 센터 사이에는 이 가게 하나뿐이니, 화장실이나 간식거리 또는 연료가 부족하다면 이곳에서 보충하도록 하자. 물론 이 길의 끝에 있는 North Rim 안에는 주유소가 있다.

Grand Canyon North Rim Lodge

드디어 도로 끝에 있는 North Rim에 도착한다. South Rim만큼 넓은 면적은 아니지만, 숲으로 둘러싸인 주차장은 아늑한 느낌마저 든다. 아무래도 찾아오기가 힘든 만큼, South Rim에 비하면 관광객의 수가 현저히 적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부산스럽지 않은 조용한 분위기로 여행자를 맞이해 준다는 점에서는 훨씬 매력적이다.

먼저 방문객 센터로 가 본다. 작지만 통나무로 지은 건물이 이곳과 잘 어울린다. 안으로 들어가면 기념품을 비롯해 지질 관련 전시물이나 인디언 물품 등이 전시되어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구경할 만하다.

방문객 센터를 빠져나와 이 North Rim의 핵심 건물이라고 할 수 있는 Grand Canyon North Rim Lodge로 이동한다. 가는 도중 곳곳에 자리잡은 통나무 숙소(Cabin)가 매우 인상적이다. 커다란 나무에 둘러싸인 이 캐빈들은 서로 넉넉히 떨어져 있는 터라 한 단위의 가족이 North Rim의 하룻밤을 조용히 보낼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밤이 되면 얼마나 고요한 적막이 찾아들까. 그리고 날이 밝는 아침에 저 테라스의 나무 의자에 등을 기대어 숲 냄새 가득한 공기를 마시며 커피 한 잔을 함께한다면 이루 말할 수 없이 행복하리라. 오늘 이곳에서 하룻밤 묵어 가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하다.

저 앞에 랏지(Lodge)가 보인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이런 자연 속에는 이런 식의 건물을 지어야 한다는 듯 주변 경관을 해치지 않고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채 자리 잡고 있다. 저 건물이 이곳 North Rim의 유일한 숙소다. 1928년에 완공된 이 랏지는 cabin과 일반 호텔 객실, 식당 그리고 카페 등이 있다. 좀 전에 보았던 cabin은 크기와 위치에 따라 3종류가 있고, 각 cabin도 view에 따라 가격이 다르지만 전반적으로 저렴한 편에 속한다. 이곳에 머물 생각이라면 역시 호젓한 분위기에 젖어들 수 있는 cabin을 선택하는 것이 정답이겠지만, 쉽게 예약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본관 건물에는 일반 호텔 객실이 마련되어 있다. 가격도 상당히 저렴하니, cabin을 예약하지 못했다면 여기에 묵어도 될 것이다.

아무튼 North Rim에서 하룻밤 이상 묵을 계획이라면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North Rim이 문을 여는 시기는 일 년에 반도 안 된다. 이곳은 겨울이 길기 때문에 매년 10월 15일부터 5월 15일까지 방문객의 입장을 허락하지 않는다. 따라서 하절기 시즌에만 North Rim에 방문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이 랏지 역시 North Rim의 오픈 시즌에만 운영하게 된다. 따라서 미리 준비하고 예약하지 않으면 원하는 날짜에 방을 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문을 열고 로비로 들어선다. 오! 이렇게 환상적인 공간이라니···. 현대식 호텔에 비해 실내 분위기가 다소 어둡지만, 남쪽으로 향한 넓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이 비추는 로비는 화려한 전등빛으로 밝혀진 것보다 훨씬 감성적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이다.

이 커다란 창문 너머로 그랜드캐니언이 펼쳐지고 있다. 그리고 로비의 중앙은 이 창문을 통해 그랜드캐니언을 바라볼 수 있도록 소파가 나란히 놓여져 있다. 낡은 듯 엔틱한 느낌의 인테리어와 건축 양식은 상당히 차분하고 아늑한 기분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매우 마음에 드는 공간이다. 이런 공간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는 있을까. 이곳은 은퇴한 노인들이 찾아와 조용한 분위기에서 휴식할 수 있는 최고의 분위기와 풍경을 선사하고 있는 듯하다.

로비 양쪽으로 출입문이 있고, 이를 통해 밖으로 나가면 드디어 North Rim의 끝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난간에 마련된 야외 의자에 앉아 그랜드캐니언을 감상할 수도 있다. 이런 작은 서비스 하나하나는 이곳에 대한 좋은 인상과 추억을 간직하기에 전혀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절벽 끝으로 걸어간다. 바로 앞에는 마치 첨탑처럼 솟아오른 바위가 상당한 높이를 자랑하며 우뚝 서 있고, 그곳으로 연결되는 아담한 다리 하나가 허공을 향해 쭉 뻗어 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상당히 아찔하다. 랏지 앞의 Rim을 따라 조용하고 아기자기한 트레일이 놓여 있는데, 가볍게 산책하기에 적합하다는 생각이 든다. 트레일이나 주요 포인트마다 북적거렸던 South Rim을 떠올리면, 이곳은 정말 한가롭고 조용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South Rim의 Mather Point 같은 숨막히는 전경까지는 아니지만, 그곳과는 확실히 다른 개성을 느낄 수 있다. 더군다나 남쪽에서 내리쬐는 따스한 햇빛이 이 길을 걷는 여행자에게 풍요로움을 더해 주고 있다.

Bright Angel Point

브라이트 엔젤 포인트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곳으로 가는 트레일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트레일의 양쪽은 깎아지른 절벽으로 마치 좁은 다리를 건너는 듯한 아찔함과 흥분이 함께한다. 그리고 잘 포장된 트레일 주변의 바위에 올라가 주변의 경치를 감상하고 또 사진을 담는 등 마치 놀이터에서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듯한 즐거움도 있다. 더군다나 발 한 번 잘못 디디면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질 것 같은 긴장감도 있다. 주인은 버려 두고 흥에 겨운 듯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까만 개 한 마리가 내 다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저 녀석도 뭔가 느끼는 걸까. 부산스럽게 뛰어다니며 열심히 구경하고 있다. 다른 관광객들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그러다 절벽 아래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아이와 다를 바 없는 저 녀석의 산만함이 잔잔한 수면 위의 물방개 같다.

트레일의 중간쯤의 바위에 올라가 본다. 아직 트레일의 끝은 아니지만, 주위를 둘러싼 풍경이 예사롭지 않다. 저 앞의 바위에 걸터앉은 어린 연인은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취했는지 격정의 키스를 나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좀 점에 그토록 부산스러웠던 까만 개의 주인이 바로 저들이었다. 주인은 사랑에 취하고, 개는 풍경에 취해 사람 사이를 헤집고 다닌다. 사람이든 개든, 이곳을 마음껏 누리고 있다.

즐거운 트레일의 끝에 브라이트 엔젤 포인트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저 멀리 협곡의 건너편에 South Rim의 빌리지가 보일 듯 말 듯하다. 뭐가 있는 듯한데, 내 시력으로는 확인할 수 없다. 이곳에서 저쪽 건너편에 있는 그래드캐니언 빌리지까지의 직선거리는 대략 17km에 이른다. 그곳까지 시력이 닿을 수 있다는 데 놀라울 뿐이다.

남쪽 저편에서 북쪽에 있는 이곳을 바라만 보며 동경했었는데, 오늘 이렇게 직접 와서 이토록 멋진 풍광에 젖어드니 전에 없던 감동이 물밀 듯이 몰려온다. 침식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생겨난 이 장엄한 풍경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이곳에 서면 누구나 가슴의 울렁거림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어눌한 말보다는 먼저 셔터를 눌러 가슴 깊이 간직하는 게 도리인지도 모른다.

Cape Royal

브라이트 엔젤 포인트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그리고 흘러가는 시간을 안타까워하며 한참을 앉아 있는다. 언제 또다시 올 수 있을지 알 수 없기에 이 귀중한 풍경과 공간에 조금만이라도 더 속해 있고 싶을 뿐이다. 그러나 이제 일어서야 할 때다. 아직 한 군데 더 가야 할 곳이 남았다.

차를 몰아 40km를 달려야 하는 Cape Royal로 향한다. 브라이트 엔젤 포인트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으나, 이왕 여기까지 온 김에 그곳에 가 보지 않을 수는 없다. 그리고 고요한 숲속을 가로지르며 도로를 달리는 영광을 누려야 한다.

확실히 67번 도로보다 숲은 더 울창하고 깊으며 또 한없이 적막하다. 도로의 선형은 더욱 심하게 구불거리며 숲이 만든 짙은 그림자 속을 하염없이 달린다. 이곳과 어울리는 음악을 틀어도 좋고, 옆 사람과 대화를 해도 좋지만 아무 말도 없이 이런 적막함 속으로 빠져드는 것도 훌륭한 선택이리라. 제법 먼 길이지만 그만한 가치는 넘치고도 남는다. 제한속도를 넘지 않는 느린 속도로 욕심껏 이 길을 느끼며 점차 그 끝을 향해 달려 나간다.

그렇게 한 시간쯤 달린 듯하다. 마침내 도로의 끝에 다다르고, 공터에 마련된 주차장에 차를 멈춘다. 별다른 시설은 없다. 주차장과 화장실이 전부일 뿐이다. 그리고 Cape Royal로 이어진 트레일에 올라선다. 사람은 별로 없다. 나무로 둘러싸인 한가로운 트레일을 따라 천천히 걸어간다. 아기를 업고 가는 젊은 아빠와 엄마도 이 길을 걷고 있다. 늙은 부모를 모시고 가는 젊은 아들도 있다. 독일에서 온 부부와 중국에서 온 가족도 있다. 그리고 한국에서 온 우리도 그 길을 함께 나누고 있다.

중간에 천사의 창문(Angels Window)도 힐끔 바라보고 나서 마지막으로 트레일의 끝에 다다른다. 브라이트 엔젤 포인트에서 봤던 인도인 커플이 이미 이곳에 도착해 있다. 스쳐 지나갔던 여행객을 또 다른 곳에서 마주하면 여간 반가운 게 아니다. 딱히 대화를 나누거나 아는 체를 안 해도 그런 감정을 서로 느낄 수 있다. 안면이 있음을···.

참으로 적당한 이름이다. 망망대해를 바라보는 Cape(곶)처럼 저 앞의 깊은 협곡은 마치 바다와도 같고, 이곳은 등대를 세워 놓아야 할 듯이 바다로 돌출된 육지와도 같다. 그리고 저 앞으로 공룡의 등뼈처럼 휘어져 뻗어 나가는 능선의 끝은 마치 침식에서 살아남은 섬처럼 평평한 지형을 머리에 이고 있다. 저 멀리 서쪽으로 해가 기울고 있지만, 협곡의 구석구석은 오히려 더욱 뚜렷한 채도를 반사하며 그 다채로운 색깔을 화려하게 각인시켜 주고 있다.

브라이트 엔젤 포인트도, 이곳 케이프 로얄도, North Rim의 명성을 여실히 보여 주는 훌륭한 전망을 갖고 있다. 누구의 손을 들어 주느냐는 의미가 없다. 두 곳을 모두 볼 수 있느냐의 문제일 뿐···. South Rim을 알았고 또 North Rim을 보았으니, 언젠가 West Rim에 가 봐야 할 듯하다.

다시 되돌아 나오는 길이 그렇게 서운할 수가 없다. 그리고 하루가 왜 이리 빨리 흘러가는지 알 수가 없다. 해는 이미 서서히 지평선 너머로 기울기 시작한다. 숲의 그림자가 더욱 짙게 도로를 덮고 있다. Kaibab 숲속을 달리는 동안에는 어둠이 밀려오지 않기를 바라며 차를 몰아 나간다.

어둠이 깔리는 어린 아스펜 군락의 풍경이 아까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도 시간대에 따라서 다른 감동을 주고는 한다. 낮동안 화사한 햇빛이 드리우던 올 때의 여정 길에는 희망과 설렘이 가득했지만, 지금처럼 되돌아가는 어스름한 저녁의 이곳은 그리움과 섭섭함이 진하게 묻어나고 있다.

Kaibab 국유림을 빠져나갈 무렵 어둠은 대지를 완전히 장악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도로를 헤드라이트의 도움으로 열심히 달려간다. 어둠 속의 드라이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기에 별다른 감정을 느끼기 힘들지만, 이미 이곳의 지형과 풍경을 기억하고 있기에 깜깜한 어둠 너머의 이미지를 기억해 내며 스스로의 감성을 자극해 본다.

그리고 아침부터 시작된 오늘의 여정을 다시 되돌려 한 장면씩 소환해 내며 페이지로 들어선다. 더없이 만족스러운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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