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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저자 박준
출판 문학동네
단 한 편의 시라도 당신에게 가닿기를 바랍니다.
이어폰으로 감상하시면 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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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박준 시집 – 교보문고

한국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문학동네시인선」 제32권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2008년 《실천문학》으로 등단, 2017 오늘의 젊은 예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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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www.kyobobook.co.kr

Date Published: 6/28/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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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 알라딘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박준 (지은이) 문학동네 2012-12-05. 정가. 10,000원. 판매가. 9,000원 (10% 할인) + 마일리지 5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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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www.aladin.co.kr

Date Published: 4/14/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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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 브런치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문학동네시인선 032, 박 준 시집”. 강 일 송. 오늘은 요즘 서점가에서 핫(Hot)한 시집 한 권을 보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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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brunch.co.kr

Date Published: 3/6/2022

View: 6412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 인터파크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박준 시집. 박준 저 문학동네 2017.06.30. 판매지수 4,414. 별점9.2. 할인가. 9,000 원 정가10,000원 10%↓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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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mbook.interpark.com

Date Published: 4/5/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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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 박준 – 수평선, 생각

[독서].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 박준. – 비밀독서단이 알려준 아련한 서정시집. 시를 읽어본 적이 언제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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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sealine86.tistory.com

Date Published: 5/3/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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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교보문고가 발표한 연말 결산 자료를 보면 올해의 시집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문학동네)이다. 베스트셀러 순위는 129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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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Published: 1/30/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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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박준 시집 |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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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에 대한 기사 평가 당신 의 이름 을 지어다 가 며칠 은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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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te Published: 2019. 4. 8.
  • Video Url link: https://www.youtube.com/watch?v=jRBmg-eIoaY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박준 시집

2008년 ‘젊은 시의 언어적 감수성과 현실적 확산 능력을 함께 갖췄다’는 평을 받으며 『실천문학』으로 등단한 박준 시인의 첫 시집이 출간되었다. 시인은 당시 한 인터뷰에서 “촌스럽더라도 작고 소외된 것을 이야기하는 시인이 되고 싶어요. 엄숙주의에서 해방된 세대의 가능성은 시에서도 무한하다고 봐요”라 말한 바 있다. 그렇게 ‘작고 소외된’ 것들에 끝없이 관심을 두고 탐구해온 지난 4년, 이제 막 삼십대에 접어든 이 젊은 시인의 성장이 궁금하다. 모름지기 성장이란 삶의 근원적인 슬픔을 깨닫는 것일 터, 이번 시집에 이 세계를 받아들이고 살아간다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마주하는 죽음의 순간들에 대한 사유가 짙은 것은, 박준 시인의 깊어져가는 세계를 증거할 것이다.1.박준 시의 특징 가운데 하나로 ‘서사성’을 들 수 있다. 일련의 서사 위에 최근 젊은 시인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전위나 그로테스크한 이미지 대신 낯설지 않은 서정으로 무장해 오히려 참신하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그중에서도 특별한 것은 특정한 사건사고의 묘사로 읽히는 시가 빈번하다는 점인데, 그것이 시적 화자에게 어떤 의미로 남았는지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사건을 기록해두는 데 의의를 두는 듯해 더욱 눈에 띈다.반디미용실에서 처음 낙타를 보았습니다 미용실 누나는 쌍봉낙타 봉 같은 가슴 사이에 제 머리를 묻고 비뚤어짐을 가늠했고 저는 실눈만 떴다 감았다 했습니다 (……) 누나는 동네 아저씨들 술자리의 기본 안주가 되기도 하고 아주머니들의 커피 잔에서 설탕과 함께 휘저어졌습니다 (……) 낙타가 떠난 날은 감나무집 형이 소주를 댓병으로 마신 날이었습니다 형 가슴보다 까맣게 그을린 반디미용실 건물, 석유 말 통과 담뱃불이 반딧불이처럼 날아들어왔다는 미용실 주인은 양귀비 염색약처럼 까맣게 울었습니다 (……) 낙타가 사하라로 갔는지 고비로 혹은 시리아 사막으로 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요 마음을 걷던 발자국은 아직도 남아 저는 요즘도 간혹 그 발자국에 새로 만나는 미인들의 흰 발을 대어보기도 하는 것이었습니다-「미인의 발」 부분총무는 채점을 하다 말고 잠이 들어 있었습니다 매년 이차에서 떨어졌던 그도, 탈출해 나왔다면 내년쯤에는 아마 이등병이 되었을 겁니다 그나저나 왜 결핍의 누대(累代)에는 늘 붉은 줄이 그어졌는지 알고 계실까요?3층에 사는 여자들이 이차를 마치고 돌아온 듯했습니다 공동 주방에서 부치는 달걀 냄새가 온 방실을 점유하고 있었죠 스탠드가 꺼지고 소방벨이 울린 것은 그때였습니다-「유성고시원 화재기」 부분‘반디미용실 화재, 여직원 1명 사망’으로 일간지 사건사고란에 간략히 보도되고 끝났을 일을 시인은 시로 남겼다. 덕분에 우리는 그녀를, 그녀의 삶을 들여다보고 애도할 수 있다. 구청에서 직원이 나올 때마다 정신이 돌아와 바른말을 하는 치매 노인이 실은 사복을 입고 온 군인에게 속아 남편의 은신처를 알려주고 말았던, 그리하여 혼자가 되었던 사연을 기록으로 밝혀줌(「기억하는 일」)으로써 우리는 노인을, 노인의 바른말을 이해할 수 있다. 「유성고시원 화재기」를 읽으면 우리는 그곳에 살던 사람들은 떠올려볼 수 있다. 화재가 누전인지 방화인지 끝내 알 수는 없지만 “그동안 울먹울먹했던 것들이 캄캄하게 울어버린 것이라 생각”된다는 진술자의 모호한 말이 어쩐지 명백한 진실인 것처럼 느껴진다. 이 역시 ‘유성고시원에서 화재가 일어나 얼마의 재산피해와 인명피해가 있었다’로 요약될 일이었다. 이렇듯 박준 시인은 ‘사건’을 ‘삶’으로 바꾼다. 대개 결핍된 사람들의 삶이다. “결핍의 누대(累代)”를 사는 사람들. 시인은 들리지 않고 볼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들리고 보이게 기록함으로써 그들의 삶을 복원한다. 기억되도록 하는 일, 그저 그런 삶이라 치부되지 않도록 보존하는 일, 그것은 박준 시인이 불편한 이 세계를 받아들이는 방식이자 그 안에서 쉬이 잊힌 숱한 삶들을 애도하는 형식일 것이다.2.불편한 세계를 사는 시적 화자는 자주 아프다. “나는 매일 병(病)을 얻었지만 이마가 더럽혀질 만큼 깊지는 않았다 신열도 오래되면 적막이 되었다”(「용산 가는 길」), “빛을 쐬면서 열흘에 이틀은 아프고 팔 일은 앓았다”(「2:8」), “눈을 감고 앓다보면/ 오래전 살다 온 추운 집이// 이불 속에 함께 들어와/ 떨고 있는 듯했습니다”(「눈을 감고」), “나는 유서도 못 쓰고 아팠다 (……) 한 며칠 괜찮다가 꼭 삼 일씩 앓는 것은 내가 이번 생의 장례를 미리 지내는 일이라 생각했다”(「꾀병」) 등과 같이 시집에는 병의 기록이 무수하다. 어째서인가. “한철 머무는 마음에게/ 서로의 전부를 쥐여주던 때가 우리에게도 있었다”(「마음 한철」)는 지나간 사실, “가족이 앉은 돗자리 위로 청룡열차 선로가 만든 그늘이 옥(獄)의 창살처럼 내”렸던 유년의 기억, 수학여행에 가지 못하고 “흙에 종이를 묻는 놀이”를 하며 “결국 무엇을 묻어둔다는 것은 시차(時差)를 만드는 일이었고 시차는 그곳에 먼저 가 있는 혼자가 스스로의 눈빛을 아프게 기다리는 일”이라는 깨달음을 온몸에 새겨왔기 때문이다. 요컨대 범박한 일상 속에서 “노루처럼/ 방방 뛰어다”(「눈썹」)니다가 문득 고독한 자아를 마주하고 세계에 눈을 뜨며 얻은 일종의 성장통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자신의 병을 ‘꾀병’이라 말하는 것은 자신보다 이 세계가 더 아프리라는 인식에서 시작될 터이다.3.아픈 ‘나’의 이마를 짚어주는 손이 있다. “뭐야 내가 더 뜨거운 것 같아”라고 웃으며 말하는 ‘미인’이다. ‘유서도 못 쓰고 아픈’ 내 곁에 누워 잠든 미인(「꾀병」), “김치를 자르던 가위를 씻어/ 귀를 뒤덮은 내 이야기들을 자르기 시작”하는 미인(「호우주의보」). 시집 곳곳 출몰하는 미인은 ‘나’와 세계를 연결하고, 죽음과 삶을 연결하는 매개자로서 활약한다. 때로는 그리움의 대상이자 연정의 대상이기도 한데, 그것이 이성(異性)으로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이 세계의, 그리고 시 세계의 아름다움에 대한 시인의 열망, 이상향으로서의 ‘미인’으로도 충분히 읽히며, 이는 끊임없이 앓고 있는 시적 화자를 지탱해주는 지향점으로 기능한다.그는 이 세계가 자신의 위장 속에서 결국 소화될 수 없을 것이라는 예감에 시달린다. 위장 안에서 소화되지 못하는 세계도 언젠가는 불쑥 바깥으로 나온다. 아마도 더이상 이 세계를 위장 안에 담고 있지 못할 거라는 시달림. 그 시달림은 소화되지 못한 세계를 바깥으로 드러나게 만드는 동력이다. 시달림은 “애인의 손바닥,/ 애정선 어딘가 걸쳐 있는/ 희끄무레한 잔금처럼 누워”(「미신」) 있는 상태의 떨림 속에서 진행되었다. 그 떨림의 간곡함이 언어로 환원되었다. 우리는 그 결과를 ‘박준의 첫 시집’이라고 부르는지도 모르겠다.-허수경 발문, 「이번 생의 장례를 미리 지내며 시인은 시를 쓰네」 부분세계는 내내 불편한 것일 터이고, 개인의 고통 역시 사라질 수 없는 것, 그러나 그것들 모두 쉽게 잊진 않으리라는 박준 시인의 윤리의식은, 그 ‘떨림의 간곡함’은 진정성 있는 언어로 남아 독자들의 가슴에 잔잔한 파동을 남길 것이라 기대한다. 닫기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문학동네시인선 032, 박 준 시집”

강 일 송

오늘은 요즘 서점가에서 핫(Hot)한 시집 한 권을 보려고 합니다.

저자인 시인 박준(1983~)은 서울에서 태어났고 경희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나왔

습니다. 2008년 계간 실천문학 “모래내 그림자극”으로 등단하였고, 2013년 신동엽문학상

시부문 수상을 하였습니다.

뛰어난 감성을 지닌 젊은 시인의 시 몇 편을 함께 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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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

박 준

철봉에 오래 매달리는 일은

이제 자랑이 되지 않는다

폐가 아픈 일도

이제 자랑이 되지 않는다

눈이 작은 일도

눈물이 많은 일도

자랑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작은 눈에서

그 많은 눈물을 흘렸던

당신의 슬픔은 아직 자랑이 될 수 있다

나는 좋지 않은 세상에서

당신의 슬픔을 생각하는 것은

땅이 집을 잃어가고

집이 사람을 잃어가는 일처럼

아득하다

나는 이제

철봉에 매달리지 않아도

이를 악물어야 한다

이를 악물고

당신을 오래 생각하면

비 마중 나오듯

서리서리 모여드는

당신 눈동자의 맺음새가

좋기도 하였다

—————————————

파릇한 젊디젊은 나이의 시인은, 전혀 그의 나이답지 않은 감성의 그늘을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어릴 때 철봉에 오래 매달리면 친구

들이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았지요. 하지만 이제는 이것이 자랑이 되는 나이가 아닙니다.

몸이 아픈 일도, 눈이 작은 외모도, 쏟아내었던 눈물도 자랑이 아니라합니다.

오히려 작은 눈에서 많이 흘렸던 당신의 그 슬픔이야말로 진정한 자랑이 될 수 있다합니다.

예전부터 울면 바보야, 라는 말이 있었지요. 이런 관점에 의하면 슬픔은 바보스럽고 자랑이

될 수 없지만 박준 시인의 시에서는 알맞게 자랑이 됩니다.

땅이 집을 잃어가고 집이 사람을 잃어가는 일은 참으로 슬픈 일입니다. 이에 이어져 사람이

사람다움을 잃어가고 인정을 잃어가겠지요. 시인은 이런 슬픔이 사람을 살리고 사회를

살리고 자연을 살린다고 느끼나봅니다.

꽃보다 사람이 아름답다는 안치환의 노래 가사처럼, 이런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사람의

눈동자의 맺음새가 시인은 참 좋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다음 시를 보겠습니다.

————————————————————-

★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박 준

이상한 뜻이 없는 나의 생계는 간결할 수 있다 오늘 저녁

부터 바람이 차가워진다거나 내일은 비가 올 거라 말해주

는 사람들을 새로 사귀어야 했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이의 자서전을 쓰는 일은 그리 어렵

지 않았지만 익숙한 문장들이 손목을 잡고 내 일기로 데

려가는 것은 어쩌지 못했다

‘찬비는 자란 물이끼를 더 자라게 하고 얻어 입은 외투의

색을 흰 속옷에 묻히기도 했다’라고 그 사람의 자서전에

쓰고 나서 ‘아픈 내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

었다’는 문장을 내 일기장에 이어 적었다

우리는 그러지 못했지만 모든 글의 만남은 언제나 아름다

워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

이번 시는 이 시집의 제목으로 쓰인 대표시입니다. 시집의 제목에 오른 시는

시인의 마음에 가장 드는 시이거나, 시집의 시상 한가운데를 흐르는 무언가가 있어서

일것입니다.

시를 읽다보면 시인은 젊은 나이지만 많은 삶의 어려움을 통과해 왔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는 간결한 생계의 수단을 가지고 있고, 주위에는 날씨를 흔쾌히

이야기해주는 새로운 동료가 있나봅니다.

얼굴도 모르는 이의 자서전을 써주고 생계를 이어가는 글쟁이는 쓰다보니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일기장과 닮은 글을 쓰게 됩니다. 당연한 이치겠지요.

이 시집을 관통하는 가장 핵심적인 문장은 “아픈 내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일 것입니다. 아픈 사람은 보통 약을 지어 먹습니다.

하지만 시인은 당신의 이름을 지어서 하루도 아니고 며칠은 먹었다 하네요.

어떤 용한 약보다 당신의 이름은 나를 치유하고 나를 일깨우는 이름인가 봅니다.

내 이름이 이 세상 누군가에게 힘들 때 지어먹을 보약같은 이름이 된다면 참으로 기쁘고

감사한 일일 것입니다.

모든 글의 만남은 언제나 아름다워야 한다는 시인의 믿음처럼 나도 이 세상에서 만나는

만남 또한 모두 아름다웠으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편 더 보겠습니다.

——————————————————

★ 기억하는 일

구청에서 직원이 나와 치매 노인의 정도를 확인해 간병인

도 파견하고 지원도 한다 치매를 앓는 명자네 할머니는 매

번 직원이 나오기만 하면 정신이 돌아온다 아들을 아버지

라, 며느리를 엄마라 부르기를 그만두고 아들을 아들이라

부르고 며느리를 며느리라 부르는 것이다 오래전 사복을 입

고 온 군인들에게 속아 남편의 숨은 거처를 알려주었다가

혼자가 된 그녀였다

————————————————

이 시는 몇 줄의 문장 속에 우리 현대사의 아픔이 그대로 고스란히 드러나는 시입니다.

아들을 아버지라 부르고 며느리를 엄마라 부르던 할머니가 구청 직원이 오면 순식간에

정신이 돌아옵니다. 얼마나 평생에 걸쳐 뼈아픈 경험을 했으면 그러할까요.

사복을 입은 군인에게 거처를 알려줘 남편을 잃은 할머니의 그 긴 세월에 걸친 회환,

죄책감, 분노, 외로움은 그 누구도 상상하기 힘들 것입니다.

그러한 경험은 구청 직원이 오면 치매도 누르지 못하는 기억의 돌출을 만들어냅니다.

시는 힘이 강하다 합니다. 몇 줄의 시가 현대사의 아픔을 절절하게 전해줍니다.

마지막으로 시인의 말로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나도 당신처럼 한번 아름다워보자고 시작한 일이 이렇게나 멀리 흘렀다.”

아름다운 당신이 있고, 그 아름다움을 따라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 한 세상은

줄곧 아름답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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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좋지 않은 세상에서 당신의 슬픔을 생각한다”

-불편한 세계를 받아들이는 어떤 윤리와 애도의 방식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2008년 ‘젊은 시의 언어적 감수성과 현실적 확산 능력을 함께 갖췄다’는 평을 받으며 『실천문학』으로 등단한 박준 시인의 첫 시집이 출간되었다. 시인은 당시 한 인터뷰에서 “촌스럽더라도 작고 소외된 것을 이야기하는 시인이 되고 싶어요. 엄숙주의에서 해방된 세대의 가능성은 시에서도 무한하다고 봐요”라 말한 바 있다. 그렇게 ‘작고 소외된’ 것들에 끝없이 관심을 두고 탐구해온 지난 4년, 이제 막 삼십대에 접어든 이 젊은 시인의 성장이 궁금하다. 모름지기 성장이란 삶의 근원적인 슬픔을 깨닫는 것일 터, 이번 시집에 이 세계를 받아들이고 살아간다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마주하는 죽음의 순간들에 대한 사유가 짙은 것은, 박준 시인의 깊어져가는 세계를 증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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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 시의 특징 가운데 하나로 ‘서사성’을 들 수 있다. 일련의 서사 위에 최근 젊은 시인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전위나 그로테스크한 이미지 대신 낯설지 않은 서정으로 무장해 오히려 참신하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그중에서도 특별한 것은 특정한 사건사고의 묘사로 읽히는 시가 빈번하다는 점인데, 그것이 시적 화자에게 어떤 의미로 남았는지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사건을 기록해두는 데 의의를 두는 듯해 더욱 눈에 띈다.

반디미용실에서 처음 낙타를 보았습니다 미용실 누나는 쌍봉낙타 봉 같은 가슴 사이에 제 머리를 묻고 비뚤어짐을 가늠했고 저는 실눈만 떴다 감았다 했습니다 (……) 누나는 동네 아저씨들 술자리의 기본 안주가 되기도 하고 아주머니들의 커피 잔에서 설탕과 함께 휘저어졌습니다 (……) 낙타가 떠난 날은 감나무집 형이 소주를 댓병으로 마신 날이었습니다 형 가슴보다 까맣게 그을린 반디미용실 건물, 석유 말 통과 담뱃불이 반딧불이처럼 날아들어왔다는 미용실 주인은 양귀비 염색약처럼 까맣게 울었습니다 (……) 낙타가 사하라로 갔는지 고비로 혹은 시리아 사막으로 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요 마음을 걷던 발자국은 아직도 남아 저는 요즘도 간혹 그 발자국에 새로 만나는 미인들의 흰 발을 대어보기도 하는 것이었습니다

-「미인의 발」 부분

총무는 채점을 하다 말고 잠이 들어 있었습니다 매년 이차에서 떨어졌던 그도, 탈출해 나왔다면 내년쯤에는 아마 이등병이 되었을 겁니다 그나저나 왜 결핍의 누대(累代)에는 늘 붉은 줄이 그어졌는지 알고 계실까요?

3층에 사는 여자들이 이차를 마치고 돌아온 듯했습니다 공동 주방에서 부치는 달걀 냄새가 온 방실을 점유하고 있었죠 스탠드가 꺼지고 소방벨이 울린 것은 그때였습니다

-「유성고시원 화재기」 부분

‘반디미용실 화재, 여직원 1명 사망’으로 일간지 사건사고란에 간략히 보도되고 끝났을 일을 시인은 시로 남겼다. 덕분에 우리는 그녀를, 그녀의 삶을 들여다보고 애도할 수 있다. 구청에서 직원이 나올 때마다 정신이 돌아와 바른말을 하는 치매 노인이 실은 사복을 입고 온 군인에게 속아 남편의 은신처를 알려주고 말았던, 그리하여 혼자가 되었던 사연을 기록으로 밝혀줌(「기억하는 일」)으로써 우리는 노인을, 노인의 바른말을 이해할 수 있다. 「유성고시원 화재기」를 읽으면 우리는 그곳에 살던 사람들은 떠올려볼 수 있다. 화재가 누전인지 방화인지 끝내 알 수는 없지만 “그동안 울먹울먹했던 것들이 캄캄하게 울어버린 것이라 생각”된다는 진술자의 모호한 말이 어쩐지 명백한 진실인 것처럼 느껴진다. 이 역시 ‘유성고시원에서 화재가 일어나 얼마의 재산피해와 인명피해가 있었다’로 요약될 일이었다. 이렇듯 박준 시인은 ‘사건’을 ‘삶’으로 바꾼다. 대개 결핍된 사람들의 삶이다. “결핍의 누대(累代)”를 사는 사람들. 시인은 들리지 않고 볼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들리고 보이게 기록함으로써 그들의 삶을 복원한다. 기억되도록 하는 일, 그저 그런 삶이라 치부되지 않도록 보존하는 일, 그것은 박준 시인이 불편한 이 세계를 받아들이는 방식이자 그 안에서 쉬이 잊힌 숱한 삶들을 애도하는 형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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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세계를 사는 시적 화자는 자주 아프다. “나는 매일 병(病)을 얻었지만 이마가 더럽혀질 만큼 깊지는 않았다 신열도 오래되면 적막이 되었다”(「용산 가는 길」), “빛을 쐬면서 열흘에 이틀은 아프고 팔 일은 앓았다”(「2:8」), “눈을 감고 앓다보면/ 오래전 살다 온 추운 집이// 이불 속에 함께 들어와/ 떨고 있는 듯했습니다”(「눈을 감고」), “나는 유서도 못 쓰고 아팠다 (……) 한 며칠 괜찮다가 꼭 삼 일씩 앓는 것은 내가 이번 생의 장례를 미리 지내는 일이라 생각했다”(「꾀병」) 등과 같이 시집에는 병의 기록이 무수하다. 어째서인가. “한철 머무는 마음에게/ 서로의 전부를 쥐여주던 때가 우리에게도 있었다”(「마음 한철」)는 지나간 사실, “가족이 앉은 돗자리 위로 청룡열차 선로가 만든 그늘이 옥(獄)의 창살처럼 내”렸던 유년의 기억, 수학여행에 가지 못하고 “흙에 종이를 묻는 놀이”를 하며 “결국 무엇을 묻어둔다는 것은 시차(時差)를 만드는 일이었고 시차는 그곳에 먼저 가 있는 혼자가 스스로의 눈빛을 아프게 기다리는 일”이라는 깨달음을 온몸에 새겨왔기 때문이다. 요컨대 범박한 일상 속에서 “노루처럼/ 방방 뛰어다”(「눈썹」)니다가 문득 고독한 자아를 마주하고 세계에 눈을 뜨며 얻은 일종의 성장통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자신의 병을 ‘꾀병’이라 말하는 것은 자신보다 이 세계가 더 아프리라는 인식에서 시작될 터이다.

3.

아픈 ‘나’의 이마를 짚어주는 손이 있다. “뭐야 내가 더 뜨거운 것 같아”라고 웃으며 말하는 ‘미인’이다. ‘유서도 못 쓰고 아픈’ 내 곁에 누워 잠든 미인(「꾀병」), “김치를 자르던 가위를 씻어/ 귀를 뒤덮은 내 이야기들을 자르기 시작”하는 미인(「호우주의보」). 시집 곳곳 출몰하는 미인은 ‘나’와 세계를 연결하고, 죽음과 삶을 연결하는 매개자로서 활약한다. 때로는 그리움의 대상이자 연정의 대상이기도 한데, 그것이 이성(異性)으로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이 세계의, 그리고 시 세계의 아름다움에 대한 시인의 열망, 이상향으로서의 ‘미인’으로도 충분히 읽히며, 이는 끊임없이 앓고 있는 시적 화자를 지탱해주는 지향점으로 기능한다.

그는 이 세계가 자신의 위장 속에서 결국 소화될 수 없을 것이라는 예감에 시달린다. 위장 안에서 소화되지 못하는 세계도 언젠가는 불쑥 바깥으로 나온다. 아마도 더이상 이 세계를 위장 안에 담고 있지 못할 거라는 시달림. 그 시달림은 소화되지 못한 세계를 바깥으로 드러나게 만드는 동력이다. 시달림은 “애인의 손바닥,/ 애정선 어딘가 걸쳐 있는/ 희끄무레한 잔금처럼 누워”(「미신」) 있는 상태의 떨림 속에서 진행되었다. 그 떨림의 간곡함이 언어로 환원되었다. 우리는 그 결과를 ‘박준의 첫 시집’이라고 부르는지도 모르겠다.

-허수경 발문, 「이번 생의 장례를 미리 지내며 시인은 시를 쓰네」 부분

세계는 내내 불편한 것일 터이고, 개인의 고통 역시 사라질 수 없는 것, 그러나 그것들 모두 쉽게 잊진 않으리라는 박준 시인의 윤리의식은, 그 ‘떨림의 간곡함’은 진정성 있는 언어로 남아 독자들의 가슴에 잔잔한 파동을 남길 것이라 기대한다.

[독서]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 박준 – 비밀독서단이 알려준 아련한 서정시집

[독서]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 박준

– 비밀독서단이 알려준 아련한 서정시집

시를 읽어본 적이 언제였던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아득하다. TVN 비밀독서단을 통해 박준 시집을 알게되었다. 사실 제목에 끌려서 읽게 된 시집이다.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제목부터 너무 마음이 아팠다.

시를 찬찬히 읽어 넘기다보면 자신의 삶을 담은 시집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박준 시인 이야기지만, 읽고 있는 나의 이야기 같기에 더욱 아련해지는 시다. 여기에 나오는 ‘당신(미인)’의 존재는 연인일 수도, 그의 누나일 수도, 어머니일 수도, 아니면 그 어떤 누군가일 수도 있는 시들이다. 그래서 누가 읽든 자신의 이야기가 함께 묻어 나올꺼라 생각된다.

박준의 시들은 하나하나가 퍼즐 조각같았다. 퍼즐 조각이 모이면 아버지가 되고, 퍼즐조각이 모이면 미인이 되는 그런 시집이다. 나도 그 시들을 읽으며 과거의 누군가를 그리워하기도 하고 현재의 누군가를 생각하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쉽사리 넘기기 힘들어 책장마다 땀이 스몄다.

시집에 있는 시들이 다 너무 좋다.

읽을때마다 새롭지만, 두번째 읽고 느낌이 ‘확’ 왔던 시구와 내 느낌을 한번 써 본다.

어렵게 잠이 들면 꿈의 길섶마다 열꽃이 피었다 나는 자면서도 누가 보고 싶은 듯이 눈가를 자주 비볐다 … … 새벽 즈음 나의 유언을 받아 적기라도 한 듯 피곤에 반쯤 묻힌 미인의 얼굴에는, 언제나 햇빛이 먼저와 들고 나는 그 볕을 만지는게 좋았다

– 25 – <꾀병> 中

: 시인의 힘든 삶이다. 박준 시인만의 힘든 삶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시들을 읽고 있으면 그 삶이 부러워 시기심이 생길 때도 있다. 고단하고 힘겹게 살아온 삶을 아름답고 부럽게 표현할 줄 아는 능력이 내 맘을 흔드는 것이다.

“다시 와, 가기만 하고 안 오면 안 돼”라고 말하던 여자의 질긴 음성은 늘 내 곁에 내근(內勤)하는 것이어서 나는 낯선 방들에서도 금세 잠드는 버릇이 있고 매번 같은 꿈을 꿀 수도 있었다

– 34 – <나의 사인(死因)은 너와 같았으면 한다> 中

: 연인의 생각만으로도 꿈을 꿀 수있다. 우습게도 곁에 없음에 더욱 내 안엔 존재한다. 그런 그와 모든 것을 함께하고 싶었다. 아니 지금도 함께하고 싶다.

– 40 –

<지금은 우리가> 전문

: 이 시집에 있는 시 중에서 내 생각에 가장 아름답고 가슴 뭉클한 시이다. ‘그때 우리는’ 별 밝은 날에 있었고 ‘지금 우리는’ 별이 지는 날에 있다. ‘자정이 지날만큼’ 오랫동안 함께 하였지만 결국은 ‘좁은 마당을’ 비켜준다. 별이 지는 ‘새벽의 하늘에는’ 앞서 진행 중이던 시간이 끊기고, ‘다음 계절’이 흐른다. 하지만 별들은 쉽게 지지못하고 올지 안올지 모를 아침을 기다리며 ‘오랫동안 빛나고 있다’.

난 이 시를 읽으며 밤이면 울컥해지던 그 감정이 떠올랐다. 말하고 싶어도 말할 수 없는 상대의 상실. 그래서 나에게 더 많은 말을 해야했던 날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이 시의 ‘우리’는 연인이 쉽게 떠오른다. 하지만 ‘어머니와 나’, ‘아버지와 나’, ‘누나와 나’를 넣어도 어색하지 않다. 사람의 관계에서 오는 상실과 그리움에 대한 이야기여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 더 대단한 시다.

그날 우리는 책 속의 글자를 바꿔 읽는 놀이를 하다 잠이 들었다

미인도 나도 흔들리는 마음들에게 빌려온 것이 적지 않아 보였다

– 44 – <호우주의보> 中

우리는 그러지 못했지만 모든 글의 만남은 언제나 아름다워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 55 –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中

: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나에겐 어려운 시다. 저 문장은 이해가 되는데 시 전체는 어떤 내용인지 시인이 어떤 마음과 생각으로 써 내려갔는지 짐작도 어렵다. 이런거에 욕심이 나는 나라서 옆에 두고두고 읽어봐야겠다.

미인이 절벽 쪽으로 한 발 더 나아가며 내 손을 꼭 잡았고

나는 한 발 뒤로 물러서며 미인의 손을 꼭 잡았다

한철 머무는 마음에게 서로의 전부를 쥐여주던 때가 우리에게도 있었다

– 69 – <마음 한철> 中

: 서로가 엊갈리던 순간이 두 손을 꼭 잡으며 애틋하게 느껴졌다. 나에게도 이런 사랑이 있었는데…

더욱 그리워진다.

역시 시는 단어 하나, 문장 하나에 감동이 밀려온다.

박준 시에도 많은 감동과 그리움과 사랑이 담겨있었다.

나에게 뜨거운 물을 많이 마시라고 말해준 사람은 모두 보고 싶은 사람이 되었다

<여름에 부르는 이름> 中

휴지로 입을 닦다 말고는 아이들이 보고싶다, 좋아한다, 사랑한다, 잔뜩 낙서해 놓은 분식집 벽면에

봄날에는 ‘사람의 눈빛이 제철’이라고 조그맣게 적어놓았습니다

<낙서> 中

당신의 눈빛은 나를 헐게 만든다

아무것에도 익숙해지지 않아야 울지 않을 수 있다

<문병 - 남한강> 中

나는 이 시집을 사람 많은 카페보다는 익숙한 방 안 침대에 기대어 읽기 좋은 책이라 말하고 싶다. 읽을 때마다 좋은 느낌이라서 한동안은 계속 들고다니며 읽고 또 읽을 생각이다.

<이 책은>

짧은 말 속에 수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그러니깐 너무도 아팠고 지금도 아프고 앞으로도 곱씹을 아픔들이 담겨진 책.

올해의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교보문고가 발표한 연말 결산 자료를 보면 올해의 시집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문학동네)이다. 베스트셀러 순위는 129위. 그보다 많이 판매된 시집이 한 권 있기는 하다. 박광수가 엮은 ‘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걷는나무). 하지만 이 책은 만화가가 좋아하는 시에 일러스트를 곁들인 모음집이다. 홀로 일어선 창작물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는 시인 박준(32)이 펴낸 첫 번째 시집이다. 그는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났고 2008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했다. “문학을 잘 배우면 다른 이에게 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대학과 대학원에서 알았다”고 한다. 시인은 시집 날개에 “나도 당신처럼 한번 아름다워보자고 시작한 일이 이렇게나 멀리 흘렀다. 내가 살아 있어서 만날 수 없는 당신이 저 세상에 살고 있다. 물론 이 세상에도 두엇쯤 당신이 있다. 만나면 몇 번이고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썼다. 그가 말하는 당신이 누구인지 헤아릴 길 없지만 덕분에 시를 지어 이렇게 독자가 나눌 수 있으니 감사할 일이다.

박 준 시인의 시집. /교보문고 제공

金鶴山·

요즘 나오는 시집은 1판 1쇄도 좀처럼 팔기 어렵다. 내가 산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에는 1판 20쇄라고 적혀 있다. 주문이 밀려서 인쇄공장에서 20번째 찍었다는 뜻이다. 2012년 말 세상에 처음 나온 이 시집은 올해 tvN ‘비밀독서단’으로 방송을 타면서 판매량이 수직 상승했다. 이 북토크쇼에서 배우 예지원은 “‘사랑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시집”이라며 “내 마음 밭에 씨앗이 심어졌다. 마음이 활짝 열렸다”고 소개했다. 먼저 시집 제목이 된 시(55쪽)의 일부를 옮겨본다.“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이의 자서전을 쓰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익숙한 문장들이 손목을 잡고 내 일기로 데려가는 것은 어쩌지 못했다/ ‘찬비는 자란 물이끼를 더 자라게 하고 얻어 입은 외투의 색을 흰 속옷에 묻히기도 했다’라고 그 사람의 자서전에 쓰고 나서 ‘아픈 내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는 문장을 내 일기장에 이어 적었다/ 우리는 그러지 못했지만 모든 글의 만남은 언제나 아름다워야 한다는 마음이었다”(‘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중에서)화자는 대필(代筆) 작가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일생을 글로 풀어놓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런데 남의 삶과 자기 삶이 겹쳐지면서 어떤 소용돌이가 생겨난다. 마치 배우라는 직업을 닮았다. 배우는 이런저런 작품을 지나면서 남의 인생에 세들어 산다. 그래서 ‘배우는 세상의 거울’이라 불린다. 세상을 거꾸로 비추어서 바로 보게 하는 거울 말이다. 저 시 안에서도 남과 나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삼투한다. 그 만남이 마치 ‘잘 지은 밥’ 같아서 며칠을 먹었다는 고백. 예지원의 감상대로라면, 글과 글이 아니라 시작하는 연인 사이로 옮겨도 퍽 잘 어울린다.이 시집에서 또 하나 눈길을 끈 시편은 70쪽에 있다. 제목이 ‘별의 평야’. 짧아서 전문을 소개한다.“군장을 메고 금학산을 넘다보면 평야를 걷고 싶고 평야를 걷다보면 잠시 앉아 쉬고 싶고 앉아 쉬다보면 드러눕고 싶었다 철모를 베고 풀밭에 누우면 밤하늘이 반겼다 그제야 우리 어머니 잘하는 짠지 무 같은 별들이, 울먹울먹 오열종대로 콱 쏟아져내렸다”금학산(947m)은 강원도 철원에 있다. 학이 막 내려앉은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하지만 풍광을 보러 입대하지는 않는다. 금학산은 자식을 군대 보내는 부모라면 반갑지 않을 만큼 높은 데다 최전방이다. 무거운 군장을 메고 산을 넘으니 지칠 테고 평야가 그립고 주저앉고 싶을 것이다. 기어이 풀밭에 드러누웠다. 몸을 멈춘 다음에야 풍경이 일어선다. DMZ 근처의 밤하늘이니 별이 가득하다. 그제야 어머니, 정확히 말하면 어머니가 만든 짠지 무가 어른거린다. 울컥하면서 눈물이 솟고 시야가 흐려진다. 그 감정을 ‘별들이 오열종대로 콱 쏟아져내린다’고 시인은 노래했다.박준 시인은 출판사 창비에서 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출근할 때는 시인이라는 정체성을 집에 두고 현관문을 잠근다고 한다. 취재를 꼼꼼하게 하고 나서 시를 쓰는 편이다. 광부에 대해 쓰고 싶으면 진폐증 환자들이 많은 강원도 태백 어느 병원에 가서 보호자 대기실에 가만히 앉아 있다가 오는 식이다. 친누나를 사고로 잃었다고 한다. 올해 결혼한 새신랑인데 너무 행복해서 시 쓰는 데 애를 먹는다고. 이 시집을 읽고 위로를 받았다는 독자를 향해서는 “타인이 슬픔에 빠졌을 때 그 슬픔에 공감하면서 스스로 위로를 받는 것 같다”고 했다. 알랭 드 보통이 말했듯이 “슬픈 일들이 더 슬퍼지는 건 혼자 슬픔을 견디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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