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에 관한 시 | 【여행】여행에 대한 생각, 여행에 대한 시(Thoughts On Travel, A Travel Poem) 상위 230개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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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관한 시 모음> 김재진의 ´여행은 때로´ 외 – 좋은글

썩어가는 뱀의 그런 전진은 보지 못한다. 여행은 종종 내부에서 일어나는 것. … 우리 내부의 공간 깊숙이로 향해 가는 것. … 백조가 그 마지막 황홀 속에 부리를 묻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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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www.joungul.co.kr

Date Published: 12/25/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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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관한 시 모음입니다 – 네이버 블로그

여행에 관한 시 모음입니다 ·  · 사실 나는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길을 평생 나로부터 떠나고 떠나고 있다 · * 진정한 여행 / ·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씌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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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m.blog.naver.com

Date Published: 11/27/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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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관한 시 모음 – 다음블로그

여행에 관한 시 모음 · 기차 여행/김동리 소설가(1913-1995) · 낯선 곳/ 고은 (1933-) · 여행/박경리 (1926-2008) · 여행기/임영준 시인(1956-) · 어느 날 하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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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blog.daum.net

Date Published: 2/16/2022

View: 8748

류시화 시 모음 – 오늘 나에게 거대한 행운이 다가올 것이다

좀 더 시간이 흐른뒤, 아버지의 책장에서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이라는 책을 보게 되었다. 류시화 시인이 인도로 떠나 깨달음에 대한 사색과 명상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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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okkaygo.tistory.com

Date Published: 10/8/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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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관한 여행에관한 명언모음 – 좋은글모음

여행에대한 명언 ~ 여행자 들에게 공감될만한 문구 좋은글들입니다. 여행에서 지식을 얻어 돌아오고 싶다면 떠날때 지식을 몸에 지니고 가야 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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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369story.blogspot.com

Date Published: 12/29/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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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 관한 시 – 한국의산천

여행이란 무시로 빈집을 드나드는 바람처럼 그렇게 떠나는 것이다. 길은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것이며, 마음의 길을 마음 밖으로 밀어내어. 세상의 길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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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koreasan.tistory.com

Date Published: 11/19/2022

View: 7588

【여행】여행에 대한 생각, 여행에 대한 시(Thoughts On Travel …

<여행에 관한 시 모음> 김재진의 ´여행은 때로´ 외 – 좋은글 · [여행시] 나태주 ‘여행’ 외 3편 – 책과 함께 소소한 행복 · 여행 시모음 여행에 대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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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aseanseafoodexpo.com

Date Published: 7/11/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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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여행에 대한 생각, 여행에 대한 시(Thoughts on Travel, A Travel Po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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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에 대한 기사 평가 여행 에 관한 시

  • Author: 시가 있는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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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te Published: 2022. 1. 30.
  • Video Url link: https://www.youtube.com/watch?v=U-efcQTy-rg

여행에 관한 시 모음입니다





문을 나서면 여행의 가장 어려운 관문은 지난 셈이다. – 네델란드 격언 –

진정한 여행의 발견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 새로운 눈을 갖는 것이다 . – 마르셀푸르스키-   이 장마가 그치면 무더운 더위와 함께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겠네요. 여행에 관한 시를 모아 보았습니다.

* 귀가 / 양전형

긴 여행에서 돌아온 내게

아내가

바람 잘 털어내고 들어오란다

* 여행에 대한 짧은 보고서 / 이화은

사는 일이 그냥

숨 쉬는 일이라는

이 낡은

생각의 驛舍에

방금 도착했다

평생이 걸렸다

* 강릉, 7번 국도 / 김소현



다음 생애에 여기 다시 오면

걸어 들어가요 우리

이 길을 버리고 바다로

넓은 앞치마를 펼치며

누추한 별을 헹구는

나는 파도가 되어

바닷 속에 잠긴 오래된

노래가 당신은 되어



* 가을여행2 / 김한규



늦은 오후의 강둑 길은

오래전 사진 속 정지된 시간처럼 적막하다

바람도 잠들어

은빛 강은 잘 갈무리된 한 장의 수채화

거꾸로 선 나무는 누구를 기다리는지

긴 목을 강물에 박고도

어이 저리 숨결 고울 수 있는지

허무로 가득 찬 강빛에 잠시 시선을 빼앗긴 사이

아가씨 손톱 같은 낮달이 산 머리에 올라앉았다

늦은 가을 저녁 강

그 침묵의 언어에 나무의자 하나를 권했다

그때 강의 표정은 슬픔이었는지

아름다움이었는지

혹은 그리움이었는지

산허리를 감아도는 레미콘 차량 한 대가

회색 어둠으로 사라지며 귀가를 종용했다

돌아서는 등 뒤로 이제 곧 강빛 가장자리부터

성근 별들이 뚝뚝 떨어지면

갈대숲도 강으로 더 가까이 다가앉으며

토닥토닥

지난밤 못다 한 이야기 다시 이어가겠지

쓸쓸함에 대하여

이별에 대하여

지난밤 구름과 바람의 위험한 사랑에 대하여

축복이다

野菊 향기에 취하다

강물 위를 밤새워 걷다

물안개 입자가 되다

한 방울 물이 되어 강과 한 몸으로 흐르다

분명 축복이다

22살엔 왜 이토록 사랑하지 못 했는지



* 여행 / 조오현

어떤 사람이 나를 만나 뵙고 싶다고 부처님 말씀을 듣고 깨달음을 얻고 싶다고 전화를 했다. 나는 참 잘난 놈이라고 속으로 웃고는 큰소리로 “나는 지금 여행 중이다” 했더니 그 사람이 “언제 돌아오십니까” 하고 묻기에 “그건 나도 몰라 어쩜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지도 몰라” 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사실 나는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길을 평생 나로부터 떠나고 떠나고 있다



* 진정한 여행 / 나짐 히크메트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씌어지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여행은 때로 / 김재진

때로 여행은 그럴 때 있어라.

낯선 이들 속에 앉아 맛없는 음식을 먹거나

보내기 싫은 사람을 보내야 할 때 있어라

지구의 반대편을 걸어와 함께 시간을 나누던

친구와 작별하듯 여행은 때로

기약 없는 이별일 때 있어라

닫혀진 문 밖으로 음악이 흐르고

때로는 마음이 저절로 움직여

모르는 여인을 안고 싶을 때 있어라

한때는 내 눈이 진실이라 믿었던 것

초처럼 녹아내려 지워질 때 있듯이

여행은 때로 행복한 도망일 때 있어라

음음음, 소리 내어 포도주를 음미하듯

눈감고 바라보는 향기일 때 있어라

숨죽인 채 들어보는 침묵일 때 있어라.





여행에 관한 시 모음

기차 여행/김동리 소설가(1913-1995)

달리는 차장 밖으로 고향 같은

마을이 내다뵌다

집집마다 감나무 대추나무

잎새들 몹시 반짝거려

동네가 환히 들여다보인다

툇마루마다 반들반들 닦아져 있고

방안엔 머리 감아 빗은

달덩이 같은 처녀 꽃수틀 안고 있네

그 앞집 부엌에선

떡시루 김 오르는 거 보이고, 또

그 옆집 말끔히 슬어진 뜰의

뽀얀 흙 위엔 암탉 한 마리 졸고

그 곁으로 어린애기 아장 걸어가고 있네

“아, 저기는 내 고향,

내가 자라던 동네

저 아장아장 걷고 있는 애기는

바로 내가 아닐까”, 하는 순간

기차는 새된 기적 소리를 지르며

시커먼 터널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낯선 곳/ 고은 (1933-)

떠나라

낯선 곳으로

아메리카가 아니라

인도네시아가 아니라

그대 하루하루의 반복으로부터

단 한번도 용서할 수 없는 습관으로부터

그대 떠나라

아기가 만들어낸 말의 새로움으로

할머니를 알루빠라고 하는 새로움으로

그리하여

할머니조차

새로움이 되는 곳

그 낯선 곳으로

떠나라

그대 온갖 추억과 사전을 버리고

빈주먹조차 버리고

떠나라

떠나는 것이야말로

그대의 재생을 뛰어넘어

최초의 탄생이다. 떠나라

여행/박경리 (1926-2008)

나는 거의 여행을 하지 않았다

피치 못할 일로 외출해야 할 때도

그 전날부터 어수선하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어릴적에는 나다니기를 싫어한 나를

구멍지기라 하며 어머니는 꾸중했다

바깥세상이 두려웠는지

낯설어서 그랬는지 알수가 없다

그러나 나도 남 못지않은 나그네였다

내 방식대로 진종일 대부분의 시간

혼자서 여행을 했다

꿈속에서도 여행을 했고

서산 바라보면서도 여행을 했고

나무의 가지치기를 하면서도

서억서억 톱이 움직이며

나무의 살갗이 찍기는 것을

그럴 때도 여행을 했고

밭을 맬 때도

설거지를 할 때도 여행을 했다

기차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

혹은 배를 타고

그런 여행은 아니었지만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끼는

그런 여행은 아니었지만

보다 은밀하고 내면으로 내면으로

촘촘하고 섬세했으며

다양하고 풍성했다

행선지도 있었고 귀착지도 있었다

바이칼 호수도 있었으며

밤하늘의 별이 크다는 사하라 사막

작가이기도 했던 어떤 여자가

사막을 건너면서 신의 계시를 받아

메테르니히와 러시아 황제 사이를 오가며

신성동맹을 주선했다는 사연이 있는

그 별이 큰 사막의 밤하늘

히말라야의 짐진 노새와 야크의 슬픈 풍경

마음의 여행이든 현실적인 여행이든

사라졌다간 되돌아오기도 하는

기억의 눈보라

안개이며 구름이며 몽환이긴 매일반

다만 내 글 모두가

정처없던 그 여행기 여행의 기록일 것이다

여행기/임영준 시인(1956-)

스쳐가는 사람들 모두

뭉게구름을 타고 있었다

잃어버린 시간들은

나룻배 위에서 한가로이

바람 따라 흔들리고

물결은 온갖 꽃으로 만발하여

권태를 속속들이 파고 들었다

노을이 멈추는 마을까지

산 몇 개쯤은 단박에 열렸고

모닥불 사이에서 날밤이

노릇노릇 무르익을 때쯤이면

별이 하얗게 쏟아져 내렸다

어느 날 하루는 여행을/용혜원 시인 (1952-)

어느 날 하루는 여행을 떠나

발길 닿는 대로 가야겠습니다

그 날은 누구를 꼭 만나거나 무슨일을 해야 한다는

마음의 짐을 지지 않아서 좋을것입니다

하늘도 땅도 달라 보이고

살아 있는 표정을 만나고 싶습니다

시골 아낙네의 모습에서

농부의 모습에서

어부의 모습에서

개구쟁이의 모습에서

모든 것을 새롭게 알고 싶습니다

정류장에서 만난 삶들에게 목례를 하고

산길에서 웃음으로 길을 묻고

옆자리의 시선도 만나

오며 가며 잃었던 나를 만나야겠습니다

아침이면 숲길에서 나무들의 이야기를 묻고

구름 떠나는 이유를 알고

파도의 울부짖는 소리를 들으며

나를 가만히 들여다보겠습니다

저녁이 오면 인생의 모든 이야기를

하룻밤에 만들고 싶습니다

돌아올 때는 비밀스런 이야기로

행복한 웃음을 띄우겠습니다

여행지에서/ 김재진(1955-)

사람들이 지나가고 또 지나갔어요

아무도 만난 사람은 없어요

아 도시에선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으니까요

방심한 마음으로 기다렸을 뿐이지요.

멀리서 누군가 손 흔들면 나도 발돋움하며

따라서 손 흘들었지요

아는 사람은 아니었어요

기다리는 동안 어느새 동화책 한 권을 다 읽었어요.

동화처럼 살고 싶어요. 아니면 영화처럼

아무도 오지 않더라도 그저 나무처럼 서 있으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싶어요.

어디선가 지금 기차가 지나가고

영화관 속에선 깔깔거리며

웃고 있는 사람도 있을거예요.

배낭위에 걸터앉아 나를 보는 사람이 있어요

그도 어딘가를 여행하고 있는 모양이군요

여행이란 다 그래요

사실은 기다리는 연습인걸요

기다리는 동안 그저 우두커니

스스로를 보는거죠

내가 나를 기다린다는 말, 우습나요?

언젠가 알게 될 거예요. 머지 않은 훗날

누군가를 기다리며 당신도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어딘가에서

당신을 들여다보게 될 거예요.

여행/ 손광세 시인(1945-)

떠나면 만난다.

그것이 무엇이건

떠나면 만나게 된다.

잔뜩 찌푸린 날씨이거나

속잎을 열고 나오는 새벽 파도이거나

내가 있건 없건 스쳐갈

스카프 두른 바람이거나

모래톱에 떠밀려온 조개껍질이거나

조개껍질처럼 뽀얀 낱말이거나

아직은 만나지 못한 무언가를

떠나면 만난다.

섬 마을을 찾아가는 뱃고동 소리이거나

흘러간 유행가 가락이거나

여가수의 목에 달라붙은

애절한 슬픔이거나

사각봉투에 담아 보낸 연정이거나

소주 한 잔 건넬 줄 아는

텁텁한 인정이거나

머리카락 쓸어 넘기는 여인이냐

못 만나더라도

떠나면 만난다.

방구석에 결코 만날 수 없는 무언가를

떠나면 만나게 된다.

산허리에 뭉게구름 피어오르고

은사시나무 잎새들

배를 뒤집는 여름날

혼자면 어떻게

여럿이면 또 어떤가?

배낭 매고 기차 타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볼 일이다.

여행/ 윤성택 시인(1972-)

여정이 일치하는 그곳에 당신이 있고

길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시간은 망명과 같아 아무도 그

서사의끝에서 돌아오지 못한다

그러나 끝끝내 완성될 운명이

이렇게 읽히고 있다는 사실,

사랑은 단 한번 펼친면의 첫줄에서

비유된다 이제 더 이상

우연한 방식의 이야기는 없다

그곳에 도착했으니 가방은

조용해지고 마음이 열리기 시작한다

여행은 항상 당신의 궤도에 있다

여행/ 이여진 시인(전남 해남출생)

강물 같은 세월속에 부서진

혼신의 파편을 모아

마지막 모닥불을 지피는 정열로

당신과 여행을 하고 싶다.

이름 없는 작은 포구의

선술집 목로에서

정담을 나누며

마시는 한잔 술에

추억을 쏟아내며

그렇게 밤을 지새고 싶다.

세상의 추한 바람과

시샘의 눈총에도 아랑곳 않고

물욕고 육욕도 없는 세상을 찾아

그렇게 당신과 여행을 하고 싶다.

이제는 퇴색해 흔적조차 알 수 없는

유년의 방으로

돌아가고 싶다

아득한 고향 그 꿈속으로

그렇게 당신과 여행을 하고 싶다.

류시화 시 모음

류시화 시인을 알게 된 건 초등학교 2학년 때이다. 그때 류시화 시인의 시, ‘소금별’을 처음 읽었다. 어릴때여서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그 시가 좋아서 몇번이고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로, 시에 대해서 생각하면 류시화 시인의 시 ‘소금별’이 가장 먼저 떠올랐고 어느새 난 그 시를 외우게 되었다(물론, 길이도 길지않고 문장도 그리 어렵지 않긴 하지만). 일년일년 커가면서 시를 한번씩 상기할 때마다 그 시를 보며 류시화 시인은 참 맑고 순수한 영혼을 가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시를 읽으면 우주의 아득한 세계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난 시에 친숙함이 생겼고 시라는 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한때는 시인을 꿈꾸던 소년이기도 했다. 물론 초등학교 2학년때부터 17년이 지난 지금 난 시인과는 문학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기는 하다. 시인이라는 꿈은 중학교, 고등학교를 진학하고 학업 경쟁에 치이며 좀더 현실적인 꿈을 찾으며 자연스럽게 내 가슴속에서 잊혀져갔다. 그리고 류시화 시인도 매일같이 떠올렸던 소금별이라는 시도 내 머릿속에서 지워졌다.

좀 더 시간이 흐른뒤, 아버지의 책장에서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이라는 책을 보게 되었다. 류시화 시인이 인도로 떠나 깨달음에 대한 사색과 명상을 한 내용이었다. 신비로웠다. 인도 여행 중의 일화와 깨달음을 엮은 산문들을 읽으며 내가 느꼈던 그의 영혼의 색이 나의 영혼에 색들을 조금이나 물들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물들인다기 보다 탁해지고 얼룩덜룩한 나의 영혼의 색을 빼고 있다는게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류시화 시인의 행보와 시들을 찾아보게 되었다. 사실 이제 나는 시인이라는 꿈을 더이상 꿀 수가 없다. 꿈을 꾸고 시작하는데 뭐가 걸리겠냐마는 나는 이미 내가 이룩한 것들도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시를 쓸만큼 언어적으로 풍부한 사람도 아니며 이 세계에 대해서 깊은 감상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 대신 도전 해보고싶은 일은 하나가 있다. 바로 동화책을 내손으로 직접 쓰고 싶다. 글뿐만 아니라 그림까지도. 이미 어둑어둑해진 영혼일지는 몰라도 맑은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노래하려고 노력한다면 그것에 다다르는 역량을 어느정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이들을 위해 순수한 영혼으로 세상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동화책을 쓰고 싶다.

서론이 길어졌는데, 그래서 오늘은 류시화 시인의 시를 모아보았다. 어릴적 나처럼 류시화 시인의 시가 누군가에게 작은 울림이 되었다면 나또한 정말 행복할 것 같다.

먼저,

류시화 시인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출처 – 류시화 시인 페이스북

– 본명 : 안재찬

– 충청북도 옥천에서 1958년 태어남

– 시인이자 명상가이다.

– 경희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 198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었다.

– 1980~1982년까지 박덕규, 이문재, 하재봉 등과 함께 시운동 동인으로 활동했다.

– 1983~1990년에는 창작 활동을 중단하고 구도의 길을 떠났다. 이 기간 동안 명상서적 번역 작업을 했다.

– 1988년부터 열 차례에 걸쳐 인도를 여행하며, 라즈니쉬 명상센터에서 생활해왔다.

– 시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는 1989년~1998년 동안 21번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 저작권 협회의 집계 기준으로 류시화 시인의 시는 라디오에서 가장 많이 낭송되는 시로 손꼽히기도 한다.

– 류시화 시인의 작품은 문단과 문예지에 외면을 당하기도 했다. 안재찬으로 활동했을 당시, 민중적이고 저항적 작품을 지향했던 당대의 문단과는 달리 신비주의적 세계관의 작품세계로 인해 문단으로부터 비판을 받았고 외계인이라고 불리기까지 했다.

– 류시화의 시는 일상 언어들을 사용해 신비한 세계를 빚어내어, 걸림없이 마음에 걸어들어오면서 결코 쉽고 가볍게 치부할 수 없는 무게로 삶을 잡아내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낯익음 속에 감추어져 있는 낯설음의 세계를 재발견하는 시세계를 한껏 선사해왔다.

– 류시화는 가타 명상센터, 제주도 서귀포 등에서 지내며 네팔, 티벳, 스리랑카, 인도 등을 여행하며 그가 꿈꿔왔던 자유의 본질 그리고 깨달음에 관한 사색과 명상들이 가득한 산문집을 내기도 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실소를 자아내는 일화들 속에서, 그렇지만 그냥 흘려버리기엔 너무 무거운 이야기로 삶이 무엇인지에 대한 가르침을 전해준다. – 집필작품으로는 시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을 비롯하여, 잠언 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치유 시집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과 하이쿠 모음집 『한 줄도 너무 길다』,『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이 있다. 산문집 『삶이 나에게 가르쳐준 것들』을 썼다. 또한 인도 여행기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지구별 여행자』와 인디언 추장 연설문 모음집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를 썼으며,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티벳 사자의 서』, 『조화로운 삶』,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 『용서』, 『인생수업』 등의 명상서적을 우리말로 옮겼다. 2017년 산문집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를, 2018년 ‘인생학교에서 시 읽기1’ 『시로 납치하다』와 우화집 『인생 우화』를, 2019년 산문집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를 출간했다.

작가의 한마디

“우리는 떠나게 되어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도 많지 않다. 이 지구별에서는 우리가 얻은 어떤 물질도, 어떤 명성도 영원한 것일 수 없도록 규칙이 정해져 있다.또한 떠날 때는 그 모든 것을 놓고 빈손으로 가야 한다. 가혹한 규칙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규칙은 규칙이다. 그리고 이 우주의 더욱 가혹한 규칙은, 만일 우리가 여행의 목적을 잊어 버리고 여행지에 집착한다면 그 집착이 사라질 때까지 언제까지나 다시 그 장소에 태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똑같은 일을 되풀이해야 한다는 것이다.”

-삶이 나에게 가르쳐준 것들-

이상 작가의 정보는 ‘YES24 작가파일’의 정보를 참고하였습니다.

<류시화 시인 시모음>

소금인형

류시화

바다의 깊이를 재기 위해

바다로 내려 간

소금 인형처럼

당신의 깊이를 재기 위해

당신의 피 속으로

뛰어 든

나는

소금 인형처럼

흔적도 없이

녹아 버렸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류시화

물 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세월

류시화

강물이 우는 소리를

나는 들었네

저물녘 강이 바다와 만나는 곳에 홀로 앉아 있을 때

강물이 소리내어 우는 소리를

나는 들었네

그대를 만나 내 몸을 바치면서

나는 강물보다 더 크게 울었네

강물은 저를 바다에 잃어버리는 슬픔에 울고

나는 그대를 잃어버리는 슬픔에 울었네

강물이 바다와 만나는 곳에 먼저 가 보았네

저물녘 강이 바다와 만나는 그 서러운 울음을 나는 보았네

배들도 눈물 어린 등불을 켜고

차마 갈대 숲을 빠르게 떠나지 못했네

누그든 떠나갈 때는

류시화

누구든 떠나갈 때는

날이 흐린 날을 피해서 가자

봄이 아니라도

저 빛 눈부셔 하며 가자

누구든 떠나갈 때는

우리 함께 부르던 노래

우리 나누었던 말

강에 버리고 가자

그 말과 노래 세상을 적시도록

때로 용서하지 못하고

작별의 말조차 잊은 채로

우리는 떠나왔네

한번 떠나온 길은

다시는 돌아갈 수 없었네

누구든 떠나갈 때는

나무들 사이로 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가자

지는 해 노을 속에

잊을 수 없는 것들을 잊으며 가자

그것이 무엇인지 나는 모른다

류시화

겨울 숲에서 노려보는 여우의 눈처럼

잎 뒤에 숨은 붉은 열매처럼

여기

나를 응시하는 것이 있다

내 삶을 지켜보는 것이 있다

서서히 얼어붙는 수면에 시선을 박은 채

돌 틈에 숨어 내다보는 물고기의 눈처럼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건방진 새처럼

무엇인가 있다

눈을 깜박이지도 않는 그것

눈밖에 없는 그것이

밤에 별들 사이에서, 내가 좋아하는

큰곰별자리 두 눈에 박혀

나를 내려다 본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때로 그것은 내 안에 들어와서

내 눈으로 밖을 내다 보기도 하고

내 눈으로 나를 들여다 보기도 한다

그것은 무엇일까

내 삶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고 있을까

여기 겨울숲에서 노려보는 여우의 눈처럼

잎 지고 난 붉은 열매처럼

차가운 공기를 떨게 하면서

나를 응시하는 것이 있다

내 삶을 떨게 하는 것이 있다

도둑

류시화

도둑이 온다면

큰 길로야 오지 않겠지

그가 온다면 내 집 뒤 작은 오솔길

풀 몇 줄기 쓰러뜨리며 오겠지

그러면 나는 불을 끄고 잠든 척 해야지

그냥 스쳐 지나는 바람이려니 하면서

어떤 새가 밤의 풀섶에서

새끼를 치는 것이려니 하면서

도둑이 온다면

내 깊이 잠든 틈을 타서 오겠지

그가 온다면 내 깊고 깊은 잠

꿈의 강을 건너 오겠지

그러면 나는 베게에 얼굴을 묻고

잠든 척 해야지

잠든 척 하는 자를 누가 깨울 수 있으랴

그는 이미 깨어 있기에

그대와 함께 있으면

류시화

그대와 함께 있으면

나는 너무나도

행복한 기분에 빠지곤 합니다

나는 내 마음속의 모든 생각을

그대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어느땐

아무말 하지 않아도

마치 내 마음을 털어 놓은 듯한

느낌을 갖습니다

항상 나를 이해하는

그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대와 함께 있으면

나는 너무나도

편안한 기분에 빠지곤 합니다

나는 사소한 일 조차 속일 필요없고

잘보이려고 애쓸 필요도 없습니다

그대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그대와 함께 있으면

나는 세상을 두려워 하지않는

자신감을 갖습니다

나는 사랑으로 그대에게 의지하면서

나 자신의 삶을 살아갑니다

그대는 내게

특별한 자신감을 심어주기 때문입니다

히말라야의 새

류시화

히말라야 기슭

만년설이 바라보이는 해발 이천오백 미터

고지대의 한적한 마을에서

한낮의 햇살이 매서운 눈처럼 쏘아보는 곳에서

나는 보았다

늙은 붉은머리 독수리 한 마리

먹이를 찾아 천천히 공중을 선회하다가

까마귀 몇 마리에게 습격당하는 것을

원래는 자신의 영토였으나

이제는 까마귀들의 하늘이 된 곳에서

홀로 고독하게 날던 붉은머리 독수리

까마귀들의 집중 공격에 잠시 균형을 잃고

마을의 지붕들 위로 추락할 뻔했다

그러나 붉은머리 독수리는 초연하게 피할 뿐

까마귀들에 맞서 싸우려 하지 않았다

히말라야 고산지대

만년설의 흰 눈을 배경으로

더욱 검고 탐욕스러워 보이는 까마귀들은

늙은 붉은머리 독수리를 얕잡아보고

사방에서 겁없이 덤벼들었다 그때

나는 보았다

독수리의 눈빛이 한순간 흰 눈에 반사되는 것을

그러나 늙은 독수리는 이내 평정을 되찾고

한 바퀴 공중을 선회할 뿐

까마귀들을 공격하지 않았다

한낮의 태양이 매서운 눈처럼 쏘아보는 곳

원주민들이 히말라야의 새라고 부르는 붉은머리 독수리는

천천히 만년설을 향해 날아갔다

태양도 눈을 녹이지 못하는 그곳

까마귀들은 더 이상 그를 추적할 수 없었다

나 역시 그 흰 눈에 눈이 부셔서

그곳을 오래도록 바라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류시화

별은 어디서 반짝임을 얻는 걸까

별은 어떻게 진흙을 목숨으로 바꾸는 걸까

별은 왜 존재하는 걸까

과학자가 말했다, 그것은 원자들의 핵융합 때문이라고

목사가 말했다, 그것은 거부할 수 없는 하나님의 증거라고

점성학자가 말했다, 그것은 수레바퀴 같은 내 운명의 계시라고

시인은 말했다, 별은 내 눈물이라고

마지막으로 나는 신비주의자에게 가서 물었다

신비주의자는 별 따위는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는 뭉툭한 손가락으로 내 가슴을 툭툭 치며 말했다 차라리

네 안에 있는 별에나 관심을 가지라고

그 설명을 듣는 동안에

어느새 나는 나이를 먹었다

나는 더욱 알 수 없는 눈으로

별들을 바라본다

이제 내가 바라는 것은

인도의 어떤 노인처럼

명상할 때의 고요함과 빵 한 조각만으로

만족하는 것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그 노인처럼

밤에 먼 하늘을 향해 앉아서

별들을 바라보는 것을 방해받는 일

소금별

류시화

소금별에 사는 사람들은

눈물을 흘릴 수 없네

눈물을 흘리면

소금별이 녹아 버리기 때문

소금별 사람들은

눈물을 감추려고 자꾸만

눈을 깜박이네

소금별이 더 많이 반짝이는 건

그 때문이지

고구마에게 바치는 노래

류시화

고구마여

고구마여

나는 이제 너를 먹는다

너는 여름 내내 땅 속에서 감정의 농도를 조절하며

태양의 초대를 점잖게 거절했다

두더지들은 너의 우아한 기품에 놀라

치아를 하얗게 닦지 않고서는

네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때도 넌 네 몸의 일부분만을 허락했을 뿐

하지만 이제는 온 존재로

내 앞에 너 자신을 드러냈다

남자 고구마여

여자 고구마여

나는 두 손으로 너를 감싼다

네가 진흙 속에서 숨쉬고 있을 때

세상은 따뜻했다

난 네가 없으면 겨울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하다

쌀과 빵만으로 목숨을 연명한다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슬픈 일

어떻게 네가 그 많은 벌레들의 유혹을 물리치고

돌투성이의 흙을 당분으로 바꾸는지

그저 놀랍기만 하다

고구마여, 나는 너처럼 살고 싶다

삶에서 너처럼 오직 한 가지 대상만을 찾고 싶다

고구마여

우리가 외로울 때 먹었던 고구마여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무엇이고

어디로 가는가

우리는 결국 무의 세계로 돌아갈 것인가

그러나 내 앞에는 고구마가 있다

생명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 것이라고

넌 말하는 듯하다

모습은 바뀌어도 우리 모두는

언제까지나 우리 모두의 곁에 있는 것이라고

아무것도 죽지 않는다고

그렇다, 난 모든 길들을 다 따라가 보진 않았다

모든 사물에 다 귀 기울이진 않았다

그러나 나는 감히 대지의 신에게 말한다

세상에서 모든 것이 사라진다 해도

고구마여, 너만 내 곁에 있어 준다면

희망은 나의 것이라고

들풀

류시화

들풀처럼 살라

마음 가득 바람이 부는

무한 허공의 세상

맨 몸으로 눕고

맨 몸으로 일어서라

함께 있되 홀로 존재하라

과거를 기억하지 말고

미래를 갈망하지 말고

오직 현재에 머물라

언제나 빈 마음으로 남으라

슬픔은 슬픔대로 오게 하고

기쁨은 기쁨대로 가게 하라

그리고는 침묵하라

다만 무언의 언어로

노래부르라

언제나 들풀처럼

무소유한 영혼으로 남으라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류시화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살고 싶다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사랑하고 싶다

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 위해

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녔다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사랑하고 싶다

우리에게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만큼 사랑하지 않았을 뿐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그렇게 살고 싶다

혼자 있으면

그 혼자 있음이 금방 들켜 버리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목숨을 다해 사랑하고 싶다

* 비목 – 당나라 시인 노조린의 시에 나오는 물고기

거리에서

류시화

거리에서

한 남자가 울고 있다

사람들이 오가는 도시 한복판에서

모두가 타인인 곳에서

지하도 난간 옆에 새처럼 쭈그리고 앉아

한 남자가 울고 있다

아무도 그 남자가 우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그리고 아무도 그 눈물의 의미를 알지 못한다

거리에서 한 남자가 울고 있다

한 세기가 저물고

한 세기가 시작되는 곳에서

모두가 타인일 수밖에 없는 곳에서

한 남자가 울고 있다

신이 눈을 만들고 인간이 눈물을 만들었다고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 역시 그가 우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나는 다만 그에게

무언의 말을 전할 수밖에 없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은

눈물이라고

길 가는 자의 노래

류시화

집을 떠나 길 위에 서면

이름없는 풀들은 바람에 지고

사랑을 원하는 자와

사랑을 잃을까 염려하는 자를

나는 보았네

잠들면서까지 살아갈 것을 걱정하는 자와

죽으면서도 어떤 것을 붙잡고 있는 자를

나는 보았네

길은 또다른 길로 이어지고

집을 떠나 그 길 위에 서면

바람이 또 내게 가르쳐 주었네

인간으로 태어난 슬픔을

다시는 태어나지 않으리라 다짐하는 자와

이제 막 태어나는 자

삶의 의미를 묻는 자와

모든 의미를 놓아 버린 자를

나는 보았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류 시 화

물 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바람 부는 날의 꿈

류시화

바람부는 날

들에 나가 보아라.

풀들이 억센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는 것을 보아라.

풀들이 바람 속에서

넘어지지 않는 것은

서로가 서로의 손을

굳게 잡아 주기 때문이다.

쓰러질 만하면

곁의 풀이 또 곁의 풀을,

넘어질 만하면

곁의 풀이 또 곁의 풀을

잡아주고 일으켜 주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이보다 아름다운 모습이

어디 있으랴.

이것이다.

우리가 사는 것도

우리가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것도.

바람부는 날 들에 나가 보아라.

풀들이 왜 넘어지지 않고 사는 가를 보아라.

길에 관한 시

길에 관한 명상

[정리:한국의산천 http://blog.daum.net/koreasan ]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길이 있으며

길과 사람 사이에는 은빛으로 빛나는 자전거가 있다.

▲ 물감을 아끼다보면 제대로 그림을 그릴 수 없듯이 자징거를 너무 아끼다보면 멋진 곳을 둘러보기 어렵다. ⓒ 2012 한국의산천

詩를 훔쳐가는 사람

– 이 생 진

´○○ 시인님

시 한 편 훔쳐갑니다

어디다 쓰냐구요?

제 집에 걸어두려고요´

얼마나 귀여운 말인가

시 쓰는 사람도

시 읽는 사람도

원래는 도둑놈이었다

세상에 이런 도둑놈들만 들끓어도

걱정을 않겠는데

시를 훔치는 도둑놈은 없고

엉뚱한 도둑놈들이 들끓어 탈이다

내 시도 많이 훔쳐가라

하지만 돈 받고 팔지는 마라

세상은 돈 때문에 망했지

시 때문에 망하지는 않았다

도둑맞은 詩

– 이 생 진

나는

우연히 café.daum.net를 클릭하다가

내 ‘詩를 훔쳐가는 사람’을 만났다

그 사람 나를 보고 머리 숙이는데

나는 훔쳐가는 그 시를

다시 훔쳐 읽었다

시는 서로 훔치는 것

나는 그 시를 어디서 훔쳤더라

詩 목록

詩를 훔쳐가는 사람 – 이 생 진

도둑맞은 詩 – 이 생 진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 김 재 진

숲으로 가는 길 – 이 시 하

겨울 길을 간다 – 이 해 인

봄길 – 정 호 승

길 위에서 – 나 희 덕

마음의 길 하나 트면서 – 이 태 수

길 – 김 용 택

길 – 이 영 춘

길처럼 – 박 목 월

눈산에서 – 김 장 호

진정한 여행 – 나짐 히크메트

가지 않을 수 없는 길 – 도 종 환

길에 서서 – 서 정 윤

새로운 길 – 윤 동 주

낯선 곳 – 고 은

길 – 윤 동 주

길에 관한 명상 수첩 – 이 외 수

누구든 떠나갈 때는 – 류 시 화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되고 – 백 창 우

눈오는 저녁 숲 가에 서서 –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

처음 가는 길 – 도 종 환

길 – 신 경 림

길 – 문 태 준

나그네 – 박 목 월

길 위에서의 생각 – 류 시 화

구부러진 길 – 이 준 관

길 – 김 명 인

길 – 이 하 석

길 위에서 – 박 해 성

길을 묻다 – 이 인 수

길 – 신 경 림

아픔과 슬픔도 길이 된다 – 이 철 환

길 위에 서다 – 정 연 복

바닷가에서 – 정 호 승

▲ 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배경을 얻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야를 갖는 것이다.ⓒ 2012 한국의산천

소백산 마구령(馬駒嶺, 820m)을 오른 후 다시 내려와서 계속해서 부석면과 단산을 거쳐서 다시 백두대간 소백산 고치령으로 올라 갑니다

산행 그리고 라이딩

기다리며 준비하는 설레임

나는 알았다 삶은 단순히 생존하는 것 그 이상임을.

나의 기쁨은 도착이 아니라 그 여정에 있음을. 그래 아무 생각없이 달리는거야!

▲ 면면히 이어지는 길 ⓒ 2012 한국의산천

산의 기세가 숨을 죽이는 자리들만을 신통히도 골라내어 굽이굽이 산을 넘어간다.

그 길은 느리고도 질겼다…. 그리고 그 길은 산속에 점점이 박힌 산간마을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다 챙겨서 가는 어진 길이었다. 어떤 마을도 건너뛰거나 질러가지 않았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 김 재 진

갑자기 모든 것 낮설어질 때

느닷없이 눈썹에 눈물 하나 매달릴 때

올 사람 없어도 문 밖에 나가

막차의 기적소리 들으며 심란해질 때

모든 것 내려놓고 길 나서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물위를 걸어가도 젖지 않는 滿月(만월)같이

어디에도 매이지 말고 벗어나라.

벗어난다는 건 조그만 흔적 하나 남기지 않는 것

남겨진 흔적 또한 상처가 되지 않는 것

예리한 추억이 흉기 같은 시간 속을

고요하고 담담하게 걸어가는 것

때로는 용서할 수 없는 일들 가슴에 베어올 때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물위를 스쳐가는 滿月같이

모든 것 내려놓고 길 떠나라.

떠나라 낯선 곳으로

‘새벽 3시에 칼스바트를 몰래 빠져 나왔다.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사람들이 나를 떠나게 내버려두지 않았을 테니까……

1829년 탈고된 괴테의 기행집 <이탈리아 기행>은 이렇게 시작한다.

삼십대 중반에 이미 부와 명성과 권력까지 손에 쥔 괴테는 서른 일곱 살 생일날 새벽 모든 것을 뿌리치고 도망치듯 낡은 여행 가방과 오소리 가죽 배낭만 간단히 꾸린 채 인생의 혁명을 위해 가진 것 모두를 뒤로 하고 신화의 땅 이탈리아를 향해 훌쩍 떠난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파우스트’ 등 많은 문학작품으로 그의 명성은 이미 전 유럽에 자자했고, 바이마르 공화국의 추밀고문관으로 10여년간 지내면서 정치가로서의 역량 또한 크게 떨치던 무렵이었다. 그러나 어느날, 그는 심한 상상력의 고갈을 느꼈고 작가로서의 앞날에 대한 깊은 회의에 빠지게 된다.

바이마르에서의 궁정생활 10년간의 복잡한 정무(政務) 때문에 문인으로서의 활동이 위축된 것과 또 슈타인 부인에 대한 정신적인

사랑의 중압감에서 헤어나기 위하여 독일의 미학자 빙켈만에 의해 ‘온 세계를 위한 위대한 학교’라고까지 칭송되던 로마를 향해 휙 몸을 날렸다.

정치가로서의 책임감 보다는 문학가다운 멋진 반란을 택한 것이다. 괴테 스스로가 ‘제2의 탄생일’이자 진정한 삶이 다시 시작된 날’이라고까지 표현한 그날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1786년 9월 3일의 일이다.

그렇게 그는 1년 9개월 동안 마음껏 이탈리아 전역을 두루 여행하면서 눈과 마음을 열고 새로운 세계를 마음껏 호흡한다.

쾌락은 우리를 자기 자신으로부터 떼어놓지만, 여행은 스스로에게 자신을 끌고가는 하나의 고행이다 -카뮈

숲으로 가는 길

– 이 시 하

숲이 내게로 오지 않아 내가 숲으로 갑니다

새 한 마리 길 열어 주니 두렵지는 않습니다

때로 바람이 음흉하게 휘돌아 몰아치고

마른 까마귀 카악카악 울며 죄를 물어와

두근거리는 심장을 안고 가야할 때 있습니다

어느 순간 바람도 잔잔하여지고

까마귀 울음소리도 잦아 들면

멀리 앞서가던 길잡이 새 나를 기다립니다

길은 밝아지고 푸른 것들이 환호하며 손뼉치는 소리

시냇물소리,

들꽃들 웃음소리,

나비의 날갯짓소리

푸른 숨소리, 소리들, 무지개로 떠 흐르는

저기 먼 숲이 나를 부릅니다

때로 두려웁지만

숲으로 가는 길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겨울 길을 간다

– 이 해 인

겨울길을 간다

봄 여름 데리고

호화롭던 숲

가을과 함께

서서히 옷을 벗으면

텅 빈 해질녘에

겨울이 오는 소리

문득 창을 열면

흰 눈 덮인 오솔길

어둠은 더욱 깊고

아는 이 하나 없다

별 없는 겨울 숲을

혼자서 가니

먼 길에 목마른

가난의 행복

고운 별 하나

가슴에 묻고

겨울 숲길을 간다

길은 저무는 산맥의 어둠 속으로 풀려서 사라지고,

기진한 몸을 길 위에 누일 때, 몸은 억압 없고 적의 없는 순결한 몸이다.

그 몸이 세상에 갓 태어난 어린 아기처럼 새로운 시간과 새로운 길 앞에서 곤히 잠든다.

갈 때의 오르막이 올 때는 내리막이다.

모든 오르막과 모든 내리막은 땅 위의 길에서 정확하게 비긴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비기면서, 다 가고 나서 돌아보면 길은 결국 평탄하다.

그래서 자전거는 내리막을 그리워하지 않으면서도 오르막을 오를 수 있다.

▲ 모든 인간은 ‘역마’에 꿈을 어느 정도 안고 산다.

먼지와 소음에 뒤덮힌 일상을 훌훌 털어버라고 아무런 구애받음도 없이 산맥과 사막과 강물을 바람처럼 떠 돌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인간이 꿈꾸는 것은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근원적인 향수를 인간 모두가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 내가 사랑한 사람 내가 사랑한 세상 중에서-

가는 데까지 가거라

가다가 막히면

앉아서 쉬거라

쉬다보면

보이리

길이

<당부 - 김규동>

봄길

– 정 호 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길 물어보기

– 문 정 희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라 하지만

가는 길 좀 가르쳐 주었으면 좋겠다

비어 있는 것이 알차다고 하지만

그런 말 하는 사람일수록 어쩐지 복잡했다

벗은 나무를 예찬하지 말라

풀잎 같은 이름 하나라도

더 달고 싶어 조바심하는

저 신록들을 보아라

잊혀지는 것이 두려워

심지어 산자락 죽은 돌에다

허공을 새겨놓은 시인도 있다

묻노니 처음이란 고향 집 같은 것일까

나는 그곳으로 돌아가는 길을 잃어버렸다

나의 집은 어느 풀잎 속에 있는지

아니면 어느 돌 속에 있는지

갈수록 알 수 없는 일 늘어만 간다.

기억하는 사람이 있는 한 사라지지 않는 것이 역사라는 이름의 장강대하일 것이다. 그러나 기억하는 것만으로는 안 되니, 기억 또한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반드시 있어야만 하는 것이 그 기억을 적어두는 기록이다

-이현상 평전 발문(김성동)에서-

▲ 포항에서 속초까지 아름다운 7번국도를 달리며 ⓒ 2012 한국의산천

여행과 변화를 사랑하는 사람은 생명이 있는 사람이다. -바그너

길 위에서

– 나 희 덕

길을 잃고 나서야 나는

누군가의 길을 잃게 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어떤 개미를 기억해 내었다

눅눅한 벽지 위 개미의 길을

무심코 손가락으로 문질러버린 일이 있다.

돌아오던 개미는 지워진 길 앞에서 두리번거리다가

전혀 엉뚱한 길로 접어들었다

제 길 위에 놓아주려 했지만

그럴수록 개미는 발버둥치며 달아나버렸다.

길을 잃고 나서야 생각한다.

사람들에게도

누군가 지나간 자리에 남는

냄새 같은 게 있다는 것을,

얼마나 많은 인연들의 길과 냄새를

흐려놓았던지, 나의 발길은

아직도 길 위에서 서성거리고 있다.

▲ 조심스레 달린다. 눈길과 얼음위에서는 타이어와 지면의 마찰력이 없기에 자전거와 몸의 중심은 지구의 중심 즉 지면과 수직을 유지하며 달리는것 뿐이다 ⓒ 한국의산천

마음의 길 하나 트면서

– 이 태 수

마음을 씻고 닦아 비워내고

길 하나 만들며 가리.

이 세상 먼지 너머, 흙탕물을 빠져나와

유리알같이 맑고 투명한,

아득히 흔들리는 불빛 더듬어

마음의 길 하나 트면서 가리.

이 세상 안개 헤치며, 따스하고 높게

이마에는 푸른 불을 달고서,

땅끝 그곳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것이 궁금해서 … 그래 떠나는거야

– 김 용 택

사랑은

이 세상을 다 버리고

이 세상을 다 얻는

새벽같이 옵니다

이 봄

당신에게로 가는

길 하나 새로 태어났습니다

그 길가에는 흰 제비꽃이 피고

작은 새들 날아갑니다

새 풀잎마다

이슬은 반짝이고

작은 길은 촉촉히 젖어

나는 맨발로

붉은 흙을 밟으며

어디로 가도

그대에게 이르는 길

이 세상으로 다 이어진

아침 그 길을 갑니다

▲ 푸른 하늘이 갑자기 천둥이 치고 이어서 비가 내리기에 배낭커버를 씌우고 달렸다. 인생도 그렇다 ⓒ 2012 한국의산천

– 이 영 춘

문득문득 오던 길을

되돌아본다

왠가 꼭 잘못 들어선 것만 같은

이 길

가는 곳은 저기 저 계곡의 끝

그 계곡의 흙인데

나는 왜 매일매일

이 무거운 다리를 끌며

가고 있는 것일까

아, 돌아갈 수도

주저앉을 수도 없는

이 길.

▲ 충청도와 강원도와 경상도 3道를 넘나들며 라이딩 하기 ⓒ 2012한국의산천

아직 도래하지 않은 더 좋은 날을 기다리며 길을 떠난다.

여행이란 무시로 빈집을 드나드는 바람처럼 그렇게 떠나는 것이다.

길은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것이며, 마음의 길을 마음 밖으로 밀어내어

세상의 길과 맞닿게 해서 마음과 세상이 한줄로 이어지는 자리에서 삶의 길은 열린다.

산행 그리고 라이딩

기다리며 준비하는 설레임

나는 알았다 삶은 단순히 생존하는 것 그 이상임을.

나의 기쁨은 도착이 아니라 그 여정에 있음을. 그래 아무 생각없이 달리는거야!

▲ 길을 떠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돌아오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길처럼

– 박 목 월

머언 산 구비구비 돌아갔기로

山 구비마다 구비마다

절로 슬픔은 일어…

뵈일 듯 말 듯한 산길

산울림 멀리 울려나가다

산울림 홀로 돌아나가다

어쩐지 어쩐지 울음이 돌고

생각처럼 그리움처럼…

길은 실낱 같다

눈산에서

– 김 장 호

눈이 내리고 있다

무주공산, 어둑한 하늘 아래.

시나브로 시나브로 내려 쌓이는 눈에

나무들도 무릎까지 빠져

움죽을 못한다.

이따금 가지 꺾어지는 소리뿐,

숲속은 적막,지난날 아쉬움도

다가올 두려움도 없다.

발소리가 나는데 하고

돌아봐도 나는 없고, 거기

저승 같은 풍경 한 장.

이대로 멈추어 서기만 하면

나도 거기 한 그루 나무로 잦아들어

차분한

그림 한 점 완성될 것 같은데,

부지런히 부지런히

발을 빼어 옮길 때마다 찰각찰각

돌아가는 환등기의 화면 속에

내가 있다가

없다가…….

꿈인가 생신가, 눈발에 가려

여기서는 이제

나무에서 나무가 보이지 않는다.

눈산에서

▲ 우리에게 힘들고 불가능의 길은 없다. 친구와 함께라면 말이다 ⓒ 2012 한국의산천

삶의 기술은

옳은 길을 가는데 있다.

그 길에는 친구가 있고

그 길에서 너는 강해진다.

할 수 있다면 마음에 있는 쪽으로 가라.

자기 길에서 충실 할 때

힘이 되고 방향이 되며 목표가 된다.

아무것도 그 누구도 너를 막지 못한다.

진정한 여행

– 나짐 히크메트

가장 훌륭한 詩는 아직 씌여지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

무엇을 해야 할 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 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할 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 때가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작가 : kmet, Nazim(1902.1.20~1963.6.3)

터키의 혁명적 서정시인. 극작가.

▲ 서울에서 속초로 가는 도중 이승만 대통령의 필체로 쓰여진 ‘미시령’에서 ⓒ 2010 한국의산천

미시령이라고 하고. 또 옛날에는 미시파령이라고 했다(신중동국여지승람에는 미시파령이라고 표기됨) 미시파령은 말그대로 이고개를 오르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는 가파른 계곡이라 전해오는 문헌입니다

6.25 이후 폐쇄되었던 도로를 1989년 다시 개통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으며 미시령 정상에서 속초와 동해바다 그리고 울산바위를 한눈에 보는 장면이야 실로 장관입니다. 최근 2006년에 미시령터널이 개통되면서 통행 차량은 현저히 줄었지만 옛추억과 진정한 여행자는 이길을 찾기에 미시령 휴게소가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글쎄요 미시령 휴게소가 여름과 가을 단풍철에만 문을 연다는 말이 있기에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가지 않을 수 없는 길

– 도 종 환

가지 않을 수 없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 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한번쯤은 꼭 다시 걸어 보고픈 길도 있고

아직도 해거름마다 따라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길도 있다

그 길 때문에 눈시울 젖을 때 많으면서도

내가 걷는 이 길 나서는 새벽이면

남 모르게 외롭고 돌아오는 길마다

말하지 않은 쓸쓸한 그늘 짙게 있지만

내가 가지 않을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그 어떤 쓰라린 길도

내게 물어오지 않고 같이 온 길은 없었다

그 길이 내 앞에 운명처럼

파여 있는 길 이라면 더욱 가슴 아리고

그것이 내 발길이 데려온 것이라면

발등을 찍고 싶을때 있지만

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 나를 지나

지금 내 속에서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오늘 아침엔 안개 무더기로 내려 길을

뭉텅 자르더니 저녁엔 헤쳐온 길 가득

나를 혼자 버려둔다.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는 길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세상의 길들은 몸 속으로 흘러 들어온다. 강물이 생사가 명멸하는 시간 속을 흐르면서 낡은 시간의 흔적을 물 위에 남기지 않듯이, 자전거를 저어갈 때 25,000분의 1 지도 위에 머리카락처럼 표기된 지방도·우마차로·소로·임도·등산로들은 몸 속으로 흘러 들어오고 몸 밖으로 흘러 나간다.

흘러 오고 흘러 가는 길 위에서 몸은 한없이 열리고, 열린 몸이 다시 몸을 이끌고 나아간다.

▲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으며 가야할 곳은 어딘가. ⓒ 2012 한국의산천

길을 가는 사람만이 볼 수 있지 / 길을 가는 사람만이 닿을 수 있지 / 겨울나무처럼 그대는 고단하게 서 있지만 / 길은 끝나지 않았어, 끝이라고 생각될 때 / 그 때가 바로, 다시 시작해야 할 때인걸.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은 없다

다만 내가 처음 가는 길일 뿐이다

많은 이들이 이길을 지났고 또 많은 이들이 거친호흡 내쉬며 이길을 달릴것이다

길에 서서

– 서 정 윤

전혀 가보지 않은 길을 달려

여기까지 왔다

남들 다 쉽게 지나간 길을

너만 더 어렵게 왔다

나보다 빨리 지나간 사람들의

뒷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어디까지 가서 쉬나

쉼없이 달리다가

이 길의 끝에 닿으면 어떡하나

이만큼의 길도

나는 이미 지쳤는데

그들은 왜 그다지 빨리 가야하나

그들은, 쉬는 밤을

별과 함께 보낼 수 있을까

별빛이 달려온 거리를

생각하며 반가이 맞을까

이러다가 나는

이 길의 끝까지 가보지도 못하고

마치지나 않을까

그저 남들 따라가는 나는

얼마나 불쌍한가

새로운 길

– 윤 동 주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하산길 돌아보면 별이 뜨는 가을 능선에 잘 가라 잘 가라 손 흔들고 섰는 억새 때로는 억새처럼 손 흔들며 살고 싶은 것이다.

가을 저녁 그대가 흔드는 작별의 흰 손수건에 내 생애 가장 깨끗한 눈물 적시고 싶은 것이다.

낯선 곳

– 고 은

떠나라

낯선 곳으로

아메리카가 아니라

인도네시아가 아니라

그대 하루하루의 반복으로부터

단 한번도 용서할 수 없는 습관으로부터

그대 떠나라

아기가 만들어낸 말의 새로움으로

할머니를 알루빠라고 하는 새로움으로

그리하여

할머니조차

새로움이 되는 곳

그 낯선 곳으로

떠나라

그대 온갖 추억과 사전을 버리고

빈 주먹조차 버리고

떠나라

떠나는 것이야말로

그대의 재생을 뛰어넘어

최초의 탄생이다 떠나라

– 윤 동 주

잃어 버렸읍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어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어

길 우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 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어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길에 관한 명상 수첩

– 이 외 수

길을 떠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돌아오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인간이 길을 만들기 이전에는

모든 공간이 길이었다.

인간은 길을 만들고

자신들이 만든길에 길들여져 있다.

그래서 이제는

자신들이 만든 길이 아니면

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인간은 하나의 길이다.

하나의 사물도 하나의 길이다.

선사들은 묻는다.

어디로 가십니까. 어디서 오십니까

그러나 대답하는 자는 흔치 않다.

때론 인간은 자신이 실종 되어 있다는

사실 조차도 모르고 길을 간다.

인간은 대개 길을 가면서

동반자가 있기를 소망한다.

어떤 인간은

동반자의 짐을 자신이

짊어져야만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어떤 인간은

자신의 짐을 동반자가

짊어져야만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길을 가는데

가장 불편한 장애물은

자기 자신 이라는 장애물이다.

험난한 길을 길을 선택한 인간은

길을 가면서

자신을 버리는 일에 즐거움을 느끼고

평탄한 길을 선택한 인간은

길을 가면서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일에 즐거움을 느낀다.

전자는 갈수록 마음이 너그러워지고

후자는 갈수록 마음이 옹졸해 진다.

지혜로운 자의 길은 마음안에 있고

어리석은 자의 길은 마음밖에 있다.

아무리 길이 많아도 종착지는 하나다.

누구든 떠나갈 때는

– 류 시 화

누구든 떠나갈 때는

날이 흐린 날을 피해서 가자

봄이 아니라도

저 빛 눈부셔 하며 가자

누구든 떠나갈 때는

우리 함께 부르던 노래

우리 나누었던 말

강에 버리고 가자

그 말과 노래 세상을 적시도록

때로 용서하지 못하고

작별의 말조차 잊은 채로

우리는 떠나왔네

한번 떠나온 길은

다시는 돌아갈 수 없었네

누구든 떠나갈 때는

나무들 사이로 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가자

지는 해 노을 속에

잊을 수 없는 것들을 잊으며 가자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되고

– 백 창 우

이렇게 아무런 꿈도 없이 살아 갈 수는 없지

가문 가슴에, 어둡고 막막한 가슴에

푸른 하늘 열릴 날이 있을 거야

고운 아침 맞을 날이 있을 거야

길이 없다고,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그대, 그 자리에 머물지 말렴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되고 그 길 위로 희망의 별 오를 테니

길을 가는 사람만이 볼 수 있지

길을 가는 사람만이 닿을 수 있지

걸어가렴, 어느 날 그대 마음에 난 길 위로

그대 꿈꾸던 세상의 음악 울릴테니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이제부터 걸어갈 길 사이에

겨울나무처럼 그대는 고단하게 서 있지만

길은 끝나지 않았어, 끝이라고 생각될 때

그 때가 바로, 다시 시작해야 할 때인걸.

눈오는 저녁 숲 가에 서서

–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

여기 이 숲이 누구의 것인지 나는 알 것도 같다.

그의 집이 마을에 있음으로

여기 멈추어 눈이 가득한 그의 숲을 보고 있는 나를

그는 볼 수 없을 것이라.

나의 작은 말은

이 해의 가장 어두운 저녁에

숲과 얼어붙은 호수 사이엔

농가가 없음에도 멈추어 선 것을

이상히 여길 것이다.

그는 말 방울을 흔들어

잘못된 것이라도 있는가 묻는다.

단 하나의 다른 소리는 쓸어가는 바람과

솜털같은 눈송이뿐

숲은 우아하고 어둡고 깊다

하지만 나는 지켜야 할 약속이 있고

내가 잠들기 전에 가야할 먼길이 있다.

이것이 누구의 숲인지 알 것도 하구나.

물론 그의 집은 마을에 있지만

그는 내가 여기에 서서 눈이 가득 쌓이는

숲을 보고 있음을 알지 못하리.

내 작은 말은 이상하게 생각하리라.

농가도 없는 한적한 숲과 얼어붙은 호수 사이에서

한 해 중에도 가장 어두운 이 저녁에

홀로 서 있음을.

내 작은 말은 방울을 흔들어

무슨 잘못이라도 있는지를 묻는다.

들리는 소리라고는 다만 스쳐 지나가는

스산한 바람소리와 솜털 같은 눈송이의 흩날리는 소리뿐.

아름답고 어둠이 짙게 깔린 아늑한 숲 속

그러나

내게는 지켜야할 약속이 있노라.

내가 잠들기 전에 가야 할 먼길이 있다.

내가 잠들기 전에 가야 할 먼길이 있다.

▲ 무릉도원이라고 쓰여진 표석 옆에 서있는 나뭇가지가 너무 재밌어서 ~ ㅋ ⓒ 2012 한국의산천

처음 가는 길

– 도 종 환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은 없다

다만 내가 처음 가는 길일 뿐이다

누구도 앞서 가지 않은 길은 없다

오랫동안 가지 않은 길이 있을 뿐이다

두려워 마라 두려워하였지만

많은 이들이 결국 이 길을 갔다

죽음에 이르는 길조차도

자기 전 생애를 끌고 넘은 이들이 있다

순탄하기만 한 길은 길 아니다

낯설고 절박한 세계에 닿아서 길인 것이다

▲ 지구는 둥그니깐 자꾸 패달을 저어가면 이세상의 모든 엉아, 누나, 동생 모두 만나 보겠네 ⓒ 2012 한국의산천

– 신 경 림

길을 가다가

눈발치는 산길을 가다가

눈 속에 맺힌 새빨간 열매를 본다

잃어버린 옛 얘기를 듣는다

어릴 적 멀리 날아가버린

노래를 듣는다

길을 가다가

갈대 서걱이는

빈 가지에 앉아 우는 하얀 새를 본다

헤어진 옛 친구를 본다

친구와 함께

잊혀진 꿈을 찾는다

길을 가다가

산길을 가다가

산길 강길 들길을 가다가

내 손에 가득 들린 빨간 열매를 본다

내 가슴 속에서 퍼덕이는 하얀 새

그 날개 소리를 듣는다

그것들과 어울어진 내

노래 소리를 듣는다

길을 가다가

▲ 나는 지도 한장, 작은 카메라만 가지고 자징구 타고 이세상 어디던지 떠날 수 있다 ⓒ 2012 한국의신천

– 문 태 준

배꽃이거나 석류꽃이 내려오는 길이 따로 있어

오디가 익듯 마을에 천천히 여럿빛깔 내려오는 길이 있어서

가난한 집의 밥 짓는 연기가 벌판까지 나가보기도 하는 그런 길이 분명코 있어서

그 길이 이 세상 어디에 어떻게 나 있나 쓸쓸함이 생기기도 하여서

그때 걸어가본 논두렁길이나 소소한 산길에서 봄 여름 다 가고

아, 서리가 올 때쯤이면 알게 될는지

독사에 물린 것처럼 굳어진 길의 몸을

▲ 서편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장려한 노을을 보며 구름에 달가듯이 가는 나그네들 ⓒ 2012 한국의산천

우리는 중학시절부터 김소월의 <진달래 꽃>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살아왔고 지금까지 박목월의 <나그네>가 존재하는 세상에서 나그네가 되어 살고있다.

나그네

– 박 목 월

강나루 건너서

밀밭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삼백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 위에서의 생각

– 류 시 화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하고

집이 있는자는 빈 들녁의 바람을 그리워한다

나 집을 떠나 길위에 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것도 없고 얻은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빈 들녁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갔다

어떤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하고

웃는 자는 또 웃음 끝에 다가울 울음을 두려워한다

나 길가에 피어난 풀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서 살았으며

또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았는가를

살아 있는 자는 죽을것을 염려하고

죽어가는자는 더 살지 못했음을 아쉬워한다

자유가 없는자는 자유를 그리워하고

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에서 쓰러진다

그간 어떻게 살아왔나 이제는 정상을 염두에 둘 필요는 없다. 오를만큼 오르는거야. 지쳐 더이상 오르지 못하겠다면 돌아서며 그곳이 자기가 선택한 종착지라고 생각하면 그만이야 , 삶 또한 그렇게 살아야해. 자신의 영혼이 잘 따라오나 뒤를 돌아보면서…

구부러진 길

– 이 준 관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 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 김 명 인

길이 제 길을 접고 한 곳에 들기까지는

수많은 네거리를 거쳐 가야 한다

상가와 고층 아파트

그린 공원과 주택 단지로 갈라선 봉송 사거리

길이 길로 가로막히는 것은 언제나

신발 대신 날개를 매다는 새 길 탓이지만

멀고 또 가까워 길은 길을 퍼다 버릴 뿐

어떤 바퀴로도 제 길을 실어 나르지 못한다

검은 띠로 영정을 두르고 국화 꽃다발 포개 싣고

멀리 산 쪽을 당겨가고 있는 저 길조차

길을 꺾어 마침내 한 골짜기에 파묻히기까지는

트인 네거리마다 돋아나는 날개 잘라내느라

한참씩 멈칫거리거나 오래 끙끙대야 한다

김명인 시집”파문”[문학과지성사]에서

– 이 하 석

길은 상심도 없이

어지러운 구름 아래로 치닫는다.

푸르스름하고 회색인 강에 빠지지 않고

물 위를 걸어, 천국과 이어지지 않고

철구조물과 시멘트로 이어지는 게 확실하다.

강 이쪽에선 갈색과 푸른색이

격렬하게 싸운다.

찢어진 대지의 상처를

덮어놓고 뒤덮는 검은, 거친 풀들.

풀들을 타이르며 욕지거리하며

몇 번이나 포크레인에 뒤집히는 흙들.

강 저쪽은 어지러운 문질러진 구름 아래

검게 빛나는 선들이 얽힌

회색의 도시.

그렇다면 길은 강을 건너와

이쪽으로 쳐들어온 게 분명하다

길을 보내놓고 끊임없이 히며

길을 잡아당겨 보는

싸움은 저쪽에서 더 격렬한 게다.

길은 쇠의 힘으로 난폭하게

나를 뚫고 나의 뒤로 뻗어나간다.

뚫려버린 나와 함께

이쪽은 다만 거친 풀들 위로

얼음 기둥처럼

잎 없는 나무가 몇 그루,

물 없어 뿌리 썩지 않아

바람에 몸을 버팅길 수밖에 없다는 듯이 서 있다.

한때 울창한 숲이었음을 떠올려주는

기념비처럼

길 위에서

– 박 해 성

후렴쯤 걸린 잎새에 야윈 햇살 서성인다

어쩌다 신발 잃어 천축에 이르지 못한

달마를 찾아가는지

소슬바람 스산한 날

더러는 읽을 수 없는 젖은 생을 구겨 쥐고

자꾸만 뒷걸음치다 돌부리에 넘어진다

그토록 참았던 울음,

칸나처럼 우련 붉은데

하늘 끝 기울도록 직유로 긋는 빗길에는

평행으로 질주하던 술래의 가쁜 숨도

이쯤서 쉬었다 간다,

겨운 등짐 풀어 놓고

앞만 보고 달리느라 스쳐 지난 작은 풀꽃

만삭의 씨방 열고 비상을 꿈꾸는가

푸드득! 깃 터는 소리

산빛 꿈틀, 깨어난다

길을 묻다

– 이 인 수

눈 덮인 겨울 산에서

세상의 길들을 만난다.

갈래 난 사람의 길

은밀한 짐승의 길

하늘로 향하는

나무들의 꼿꼿한 길,

문득 걸음 멈추고

뒤돌아 본 나의 길은

비뚤비뚤 비딱하다.

어디로 가야할까,

아직 봉우리는 아득한데

어디로 가야할까,

겨울 산 비탈에서

다시

길을 묻는다.

하늘을 보면 하늘이 마음에 펼쳐지고

꽃을 보면 꽃이 내 안에서 피어난다.

바람을 안는 이 새가 되어 허공을 날고

구름은 품은 이 비가 되어 대지를 적신다.

– 신 경 림

사람들은 자기들이 길을 만든 줄 알지만

길은 순순히 사람들의 뜻을 좇지는 않는다

사람을 끌고 가다가 문득

벼랑 앞에 세워 낭패시키는가 하면

큰물에 우정 제 허리를 동강내어

사람이 부득이 저를 버리게 만들기도 한다

사람들은 이것이 다 사람이 만든 길이

거꾸로 사람들한테 세상 사는

슬기를 가르치는 거라고 말한다

길이 사람을 밖으로 불러내어

온갖 곳 온갓 사람살이를 구경시키는 것도

세상 사는 이치를 가르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래서 길의 뜻이 거기 있는 줄로만 알지

길이 사람을 밖에서 안으로 끌고 들어가

스스로를 깊이 들여다보게 한다는 것은 모른다

길이 밖으로가 아니라 안으로 나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에게만 길은 고분고분해서

꽃으로 제몸을 수놓아 향기를 더하기도 하고

그늘을 드리워 사람들이 땀을 식히게도 한다

그것을 알고 나서야 사람들은 비로소

자기들이 길을 말들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아픔과 슬픔도 길이 된다

– 이 철 환

오랜 시간의 아픔을 통해 나는 알게 되었다.

아픔도 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바람 불지 않는 인생은 없다.

바람이 불어야 나무는 쓰러지지 않으려고

더 깊이 뿌리를 내린다.

바람이 나무를 흔드는 이유다.

바람이 우리들을 흔드는 이유다.

아픔도 길이 된다.

슬픔도 길이 된다. (이철환·소설가, 1962-)

길 위에 서다

– 정 연 복

세상의 모든 길은

어디론가 통하는 모양이다

사랑은 미움으로

기쁨은 슬픔으로

생명은 죽음으로

그 죽음은 다시 한 줌의 흙이 되어

새 생명의 분신(分身)으로

아무리 좋은 길이라도

가만히 머무르지 말라고

길 위에 멈추어 서는 생은

이미 생이 아니라고

작은 몸뚱이로

혼신의 날갯짓을 하여

허공을 가르며 나는

저 가벼운 새들

바닷가에서

– 정 호 승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게 좋다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잠자는 지구의 고요한 숨소리를 듣고 싶을 때

지구 위를 걸어가는 새들의 작은 발소리를 듣고 싶을 때

새들과 함께 수평선 위로 걸어가고 싶을 때

친구를 위해 내 목숨을 버리지 못했을 때

서럽게 우는 어머니를 껴안고 함께 울었을 때

모내기가 끝난 무논의 저수지 둑 위에서

자살한 어머니의 고무신 한 짝을 발견했을 때

바다에 뜬 보름달을 향해 촛불을 켜놓고 하염없이

두 손 모아 절을 하고 싶을 때

바닷가 기슭으로만 기슭으로만 끝없이 달려가고 싶을 때

누구나 자기만의 바닷가가 하나씩 있으면 좋다

자기만의 바닷가로 달려가 쓰러지는게 좋다.

大道廢 有仁義 대도폐 유인의

知慧出 有大僞 지혜출 유대위

肉親不和 有孝慈 육친불화 유효자

國家昏亂 有忠臣 유국가혼란 유충신

큰 도가 무너져 인과 의가 생겨나고,

지혜가 존중받아 큰 거짓이 생겨나고,

가족이 화목하지 못하여 효와 자애로움이 생겨나고,

나라가 어지러워 충성스런 신하가 생겨난다. (무위당 장일순의 노자이야기. 2003. 삼인)

논어에 ‘본립이도생(本立而道生)’ 이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근본만 바로 서면 길은 생긴다’ 는 말씀입니다.

▲ 나그네는 그저 못다 이룬 사랑의 기억만 가지고 가라 ⓒ 2012 한국의산천

인연

– 김 규 동

사랑이 식기 전에

가야 하는 것을

낙엽지면

찬 서리 내리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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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글어도 티끌 하나 빠뜨림 없는 저 하늘도 얼마나 많은 날개가 스쳐간 길일 것인가. 아득히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바다도 얼마나 많은 지느러미가 건너간 길일 것인가.

우리가 딛고 있는 한 줌의 흙 또한 얼마나 많은 생명이 지나간 길일 것인가. 낯설고 두려운 곳으로 갈 때에 나보다 앞서 간 발자국들은 얼마나 든든한 위안인가.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은 없지만 내게는 분명 처음인 이 길은 얼마나 큰 설렘인가. -시인 반칠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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